내년 심사 앞두고 첫 ‘방송평가’
시사·보도프로 과다 등 비판에도
편성규정 항목에서 4사 모두 ‘만점’
총점 700점에 540~550점대 받아
“모든사업자에 재승인 문 열어준 셈”
시사·보도프로 과다 등 비판에도
편성규정 항목에서 4사 모두 ‘만점’
총점 700점에 540~550점대 받아
“모든사업자에 재승인 문 열어준 셈”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평가’에서 4개 사업자가 모두 기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 내년에 있을 재승인 심사의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 됐다.
시사·보도 부문을 과중하게 편성한 종편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사업자들 간 점수 차이도 미미해, 재승인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온 2012년 종편 방송평가 결과를 보면, 700점 만점에 <제이티비시>는 559.63점, <엠비엔>은 554.21점, <티브이조선>은 546.70점, <채널에이>는 542.60점을 받았다. 방송평가 결과는 재승인 심사의 9개 주요 항목 가운데 하나로, 전체 1000점 만점에 350점을 차지한다. 재승인 심사는 항목별 점수가 40% 미만이면 ‘조건부 재승인’을 하게 돼 있는데, 네 곳 모두 이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방송평가가 종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편성 제규정’ 항목에서 4개 사업자 모두 만점(30점)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종편들이 절반 가까이를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것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는데, 편성 분야에서 만점을 받은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종합편성이란 채널의 특징을 따로 반영하지 않고, 방송편성 관련 법규·고시를 위반한 경우에만 감점한다는 기준만 적용한 평가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재난방송’(65점)의 배점이 높아 ‘뉴스특보’란 이름을 달고 수시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한 사업자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는 종편의 과도한 시사·보도 편성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지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런 사정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4사 총점 차이가 최대 17.03점밖에 안 돼 변별력도 떨어진다. 환산해보면, 1000점 만점인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 점수 차이는 최대 8.54점에 불과하다. 국정감사에서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시청률 사각지대인 일요일 새벽 시간 등에 편성했다는 지적을 받은 종편 4사는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편성 및 운영’(30점 만점)에서도 27점 안팎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초 “재승인 심사에서 두 곳 정도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뒤로 어느 사업자의 탈락 가능성이 높은지에 관심이 모인 바 있다. 그런데 방송평가에선 4사 모두에 무난한 점수가 나오자, 그런 발언은 엄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내용을 더 뜯어봐야겠지만, 모든 사업자들에 재승인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탈락 가능성’ 언급은 물타기였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계열인 <채널에이>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방통위의 후속 조처도 관심을 끌지만, 방통위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있다. 채널에이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통해 동아일보로부터 60억원을 우회 출자받았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관계된 법인들에 송금 증빙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 쪽은 방통위의 조처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다음달께 채널에이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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