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한양도성 발굴 현장. 서울시 제공
일제 강점기 당시, 일제가 조선신궁을 세우기 위해 한양도성 성곽 일부를 철거하는 바람에 훼손된 채 땅속에 묻혀 있던 서울 남산 서북편 회현자락의 한양도성 일부 구간이 100여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동안 발굴 작업을 펼쳐 한양도성 축조 초기인 조선시대 태조 때에 쌓아 세종, 숙종 이후까지 보수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94.1m 길이의 옛 성곽 구간 를 찾아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1912년 작성된 지적원도 등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남산 중앙광장 일대 성곽이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시대별로 축소 양식이 달랐던 점에 비춰 성곽의 축조 시기를 밝혀냈다.
이 구간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한양공원 조성과 조선신궁을 짓기 위해 지형을 바꾸고 한양도성을 훼손한 곳이다. 해방 이후에는 이 자리에 이승만 동상 건립(1956년)하고 남산 식물원을 개장(1968년)하는 등 ‘개발’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양도성은 이미 모두 사라졌을 것으로 ‘섯불리’ 추정됐던 것인데, 땅 밑에서 비교적 양호한 형태의 성광이 나온 것이다.
성곽 발굴과 함께 조선시대에 성벽을 지키거나 쌓은 것을 관리하던 관청 이름이 적힌 기와 조각을 비롯해 바닥돌, 분청사기 조각, 왜사기 등 조선초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지하 2.3~3m 지점에서 유구(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를 확인했다. 성곽 바닥부분 1~2단을 이루는 기저부와 성곽의 몸통을 이루는 체성부는 대략 지표면 아래 3m 깊이에 있었다. 성벽은 4~5단부터 6~7단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09년부터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3단계에 걸쳐 추진해 왔다. 2009년 시작된 1단계 사업을 통해 힐튼호텔 앞 성곽을 복원했고, 2012년 2단계 사업을 통해 백범광장 일대 성곽 245m에 대한 복원을 마쳤다.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이 발굴 조사한 곳은 3단계 정비사업 대상(300여m 구간) 가운데 교육정보연구원~분수대~옛 식물원에 이르는 남산 중앙광장 일대 100여m 구간이다.
서울시는 이날 남산 한양도성 발굴 현장을 일반시민에 공개하고, 현장 자문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조사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성곽의 축성 시기와 학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더 상세하게 밝혀 낼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발굴 성과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정태우 기자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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