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나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세계생명문화포럼 개막식에서 천지굿이 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여성’ 이여 천지 대권 받으시오 ‘평화’ 가 영접하리니
세계생명문화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2일 막을 올렸다.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김지하 이사장)이 주최해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미국과 아시아 10개 나라에서 온 학자, 작가, 엔지오 활동가를 비롯, 국내외 인사 800여명이 참석해 여성성에 바탕한 새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기조발표를 통해 “대혼돈의 현실이 인류 문명이 대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영성, 민중성, 여성성을 바탕으로 여성, 청소년, 어린이 등 세상에서 곁가지 취급을 받아온 이들이 주역이 되는 생명과 평화의 신문명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이곳을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자”며 “동아시아가 생명평화의 진원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아시아 10개국 800명 참석 새시대 선언
여성성 바탕 문명사 개벽 ‘천지굿’ 으로 형상화 역학에 바탕한 동양철학, 문명사의 전환을 제시하는 역사, 종교 등을 중심 화두로 열리는 이 행사의 성격은 다분히 철학적이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주최쪽은 천지굿이라는 문화 행사를 통해 다소 어려운 주제를 참가자들에게 알기 쉽게 형상화시켜 전달했다. 김 이사장이 접 대본을 쓰고 채희완 부산대 교수가 연출한 천지굿은 천지삼계의 대권을 여성에게 넘겨 새로운 시대의 주역 노릇을 맡기자는 내용으로 강증산이 미래 시대를 예견하며 벌인 ‘천지공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재연한 것이다. 천지굿의 초반부는 현실에 대한 묘사로 이뤄졌다. 죽창에 매달린 가면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전쟁의 광기에 희생된 이들을 형상화했다. 불편한 몸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병신들, 엽색행각에 정신이 없는 한량들,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외치는 시대의 주류(풍류)들은 기우뚱한 시대의 상징이다. 그들은 “땅도 죽고 물도 죽은” 세상에서 사는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지기(:우주의 신령한 기운으로 성령, 불성, 진아와 같은 뜻)의 강림을 간절히 바라며 주문을 외웠다. 그 때 등장한 영감(강증산). 그는 동학혁명의 처참한 실패를 본 뒤 전북 모악산 대원사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바라며 기도를 바친 끝에 하늘의 목소리를 들은 이다. “남녀평등, 밤낮평균, 음양균등의 시대, 하지만 여자 쪽이 더 무거운 기우뚱한 균형의 시대가 시작됐다. 눈과 귀를 열고 들어보라. 세상천지가 크게 한 번 바뀔 것이다.” 영감의 지도에 따라 사람들은 다가올 후천개벽의 자락을 까는 의례를 벌였다. 이른바 천지공사다. 부인은 남편인 영감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고 천지인 삼계의 대권을 지금 당장 여자인 나에게 내놓으라고 외친다. 하지만 부인은 칼을 들이대기에 앞서 칼날에 흰 수건을 감았다. 영감은 “여자가 칼을 맡겠지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이 그것이다. 여성이여, 세상의 모든 권력을 넘겨받아 잃어버린 원시의 평화를 되찾고 모든 권력, 욕망, 금기를 짓밟으시오”라고 외쳤다.
세계생명문화포럼은 천지굿을 통해 다가올 새 시대의 꼴을 보여줬다.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정역에 담긴 간태합덕()과 진손보필()이 행동강령이다. 간태와 진손은 역에 따르면 한·미와 일·중을 가리킨다. 김 이사장은 외친다.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전쟁중단과 평화구축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일본과 중국은 이에 적극 협조하라.” 파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곧 ‘평화의 시대’ 도래…한국이 변화의 출발지 류승국 교수 ‘역학으로 본 동북아 위상’ 발표 “머지않아 인류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화합과 평화의 시대가 옵니다. 한국은 그 변화의 출발지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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