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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계생명문화포럼’ 개막 파주서 나흘간 동아시아 평화 기원

등록 2005-09-02 19:55수정 2005-09-02 20:01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나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세계생명문화포럼 개막식에서 천지굿이 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2일 오전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나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세계생명문화포럼 개막식에서 천지굿이 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여성’ 이여 천지 대권 받으시오 ‘평화’ 가 영접하리니

세계생명문화포럼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2일 막을 올렸다.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김지하 이사장)이 주최해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미국과 아시아 10개 나라에서 온 학자, 작가, 엔지오 활동가를 비롯, 국내외 인사 800여명이 참석해 여성성에 바탕한 새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기조발표를 통해 “대혼돈의 현실이 인류 문명이 대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영성, 민중성, 여성성을 바탕으로 여성, 청소년, 어린이 등 세상에서 곁가지 취급을 받아온 이들이 주역이 되는 생명과 평화의 신문명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이곳을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자”며 “동아시아가 생명평화의 진원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아시아 10개국 800명 참석 새시대 선언
여성성 바탕 문명사 개벽 ‘천지굿’ 으로 형상화

역학에 바탕한 동양철학, 문명사의 전환을 제시하는 역사, 종교 등을 중심 화두로 열리는 이 행사의 성격은 다분히 철학적이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주최쪽은 천지굿이라는 문화 행사를 통해 다소 어려운 주제를 참가자들에게 알기 쉽게 형상화시켜 전달했다. 김 이사장이 접 대본을 쓰고 채희완 부산대 교수가 연출한 천지굿은 천지삼계의 대권을 여성에게 넘겨 새로운 시대의 주역 노릇을 맡기자는 내용으로 강증산이 미래 시대를 예견하며 벌인 ‘천지공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재연한 것이다.

천지굿의 초반부는 현실에 대한 묘사로 이뤄졌다. 죽창에 매달린 가면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전쟁의 광기에 희생된 이들을 형상화했다. 불편한 몸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병신들, 엽색행각에 정신이 없는 한량들,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외치는 시대의 주류(풍류)들은 기우뚱한 시대의 상징이다. 그들은 “땅도 죽고 물도 죽은” 세상에서 사는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지기(:우주의 신령한 기운으로 성령, 불성, 진아와 같은 뜻)의 강림을 간절히 바라며 주문을 외웠다.

그 때 등장한 영감(강증산). 그는 동학혁명의 처참한 실패를 본 뒤 전북 모악산 대원사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바라며 기도를 바친 끝에 하늘의 목소리를 들은 이다.

“남녀평등, 밤낮평균, 음양균등의 시대, 하지만 여자 쪽이 더 무거운 기우뚱한 균형의 시대가 시작됐다. 눈과 귀를 열고 들어보라. 세상천지가 크게 한 번 바뀔 것이다.”

영감의 지도에 따라 사람들은 다가올 후천개벽의 자락을 까는 의례를 벌였다. 이른바 천지공사다. 부인은 남편인 영감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고 천지인 삼계의 대권을 지금 당장 여자인 나에게 내놓으라고 외친다. 하지만 부인은 칼을 들이대기에 앞서 칼날에 흰 수건을 감았다. 영감은 “여자가 칼을 맡겠지만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이 그것이다. 여성이여, 세상의 모든 권력을 넘겨받아 잃어버린 원시의 평화를 되찾고 모든 권력, 욕망, 금기를 짓밟으시오”라고 외쳤다.


세계생명문화포럼은 천지굿을 통해 다가올 새 시대의 꼴을 보여줬다.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정역에 담긴 간태합덕()과 진손보필()이 행동강령이다. 간태와 진손은 역에 따르면 한·미와 일·중을 가리킨다. 김 이사장은 외친다.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전쟁중단과 평화구축을 위한 행동에 나서고 일본과 중국은 이에 적극 협조하라.”

파주/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곧 ‘평화의 시대’ 도래…한국이 변화의 출발지

류승국 교수 ‘역학으로 본 동북아 위상’ 발표

“머지않아 인류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화합과 평화의 시대가 옵니다. 한국은 그 변화의 출발지점이 될 것입니다.”

2일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연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5’는 한국의 역학인 정역에 대한 이야기로 막을 올렸다. 첫날 화백회의(학술행사)에서 ‘역학상으로 본 동북아시아의 세계사적 위상’을 발표한 류승국(83·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인종간·국가간·종교간 분쟁이 곧 끝난 뒤 우주와 인간의 질서가 화합하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때 세계 변혁의 근거는 ‘정역’이다. 정역은 100년 전 조선의 일부 김항(1825~1898)이 공포한, 후천시대 우주 질서의 근본 원리라고 한다.

류 교수는 역을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고 변화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점괘를 맞추거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하늘의 뜻’을 읽는 영성적 차원을 포함한 우주의 원리라는 설명이다. 정역 이전에는 2가지 역(복희역, 문왕역)이 있었고, 문왕역을 기본으로 해 공자가 완성한 경전이 바로 주역이며 그 뒤를 한국의 정역이 이었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정역을 완성된 음양조화의 원리로 평가한다.

그는 “역학상으로 볼 때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나타난 뒤 10만년에 걸친 인류 역사의 큰 회전이 끝났다”고 설명하며 일부 김항이 하늘의 뜻을 받아 기록했다는 정역팔괘도를 보여주었다. 팔괘도에서 음양은 이전의 괘와 달리 각자 본래 자리를 잡아 우주 만물이 평화로운 상태를 나타낸다고 한다. 류 교수는 “운수가 다한 문왕팔괘역에서는 양이 음을 누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남존여비나 계급투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완벽한 미래인 듯 보이지만 정역에는 무서운 경고도 있다. 북쪽의 물이 녹아내리고 땅이 드러나면서 남쪽 땅이 잠긴다는 구절 때문이다. 류 교수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의 구실”이라며 “사람이 각자 하늘의 뜻에 따라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한몸이란 걸 깨달아야 해요. 결국 하늘의 진리가 자기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음양의 조화를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요, 새로운 질서의 징조는 간방에서 나타나니 그곳이 바로 옛 조선입니다.”

류 교수는 음양사상의 연원이 동이족으로부터 비롯했고, 우리 민족의 철학 사상이 일찍부터 역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물이 조화로운 형상을 상징하는 태극과 음양조화의 원리는 앞으로 인류가 걸어가야 할 평화의 길, 그 자체라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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