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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소통 도구가 부른 ‘세대간 불통’…대안을 찾아 나서다

등록 2013-12-30 20:08수정 2014-03-06 20:47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왜 만드나
한겨레신문사가 2014년 초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세우기로 한 결정에는 한국 사회에서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나타나는 역설적 상황이 배경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유례없이 뛰어난 소통 도구이지만,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소통의 축소와 단절을 가져오는 기기로 지목받고 있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했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학생 앞에서 교사와 부모는 기존 역할이 오히려 무력해지는 상황을 만나고 있다. 계층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저소득층에 보급한 정책은 저소득층 자녀가 컴퓨터 과다 사용에 빠지도록 해, 인간계발 측면에서 계층간 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2012년 미국 카이저가족재단 연구로 확인됐다.

생존에 필수적인 균형적인 두뇌 발달과 감정 교류를 익혀야 할 유아가 유모차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며 청소년기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회관계망에 올린 한때의 호기로움이 취업과 진학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에 당시의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거나 사적인 사진을 올린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두고두고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기술의 결함 때문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의 신기함에 빠져 기술이 가져올 변화나 장기적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함부로 쓰는 무지가 원인이다. 젖먹이 시절 형성되는 뇌 신경망이 평생을 좌우하듯, 인터넷에 한번 올린 글은 지워지지 않는 준영구기록이 되고 그 영향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린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뒤 아이가 스마트폰과 게임에만 빠져 있다고 한탄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아날로그 환경에 살다 뒤늦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게 된 부모 세대가 디지털 세대인 자녀를 이해하고 교육하기가 어려워졌다. 부모 세대도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과 문화, 그로 인한 장기적 영향에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디지털 사용 전문가인 자녀에게 의존도를 낮추라고 강요하다가 소통의 단절만 낳는 결과가 생겨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로 인한 기존 산업과 사회구조의 변화, 인간관계에 끼치는 영향 또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이 변화는 잠시 전화기를 내려놓게 하거나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해서 차단하는 식의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폰은 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의존도는 더 깊어져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가져온 변화가 근본적이면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은 사용자들이 기술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통찰을 갖고 학습함을 통해 기술의 통제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디지털 기술의 특성이나 의미를 모른 채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줬다가 빼앗는 방식은 기성세대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소통마저 가로막는다.

디지털 환경은 엄청난 편익과 기회를 가져왔지만 새로운 위험과 함께 학습 과제를 쏟아냈다. 디지털 환경에서 영유아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스런 상황은 젊은 부모와 사회에 ‘디지털 시대의 부모 되기’라는 새로운 교육적 과제를 제기했다. 부모와 교사만의 난감함도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생활 전반에 가져온 다양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이해와 성찰 없이는 세대간·계층간 소통이 어려워지고 기회의 격차 또한 확대된다. 한겨레신문사는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세워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다양한 사회문화적 문제 상황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할 계획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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