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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송기숙 교수 “민주화 보상금 기부합니다”

등록 2014-03-20 19:32수정 2014-03-21 11:43

송기숙 교수
송기숙 교수
78년 교수 11명 국민교육헌장 비판
‘교육지표’ 사건으로 379일간 구금
35년만에 재심서 무죄…보상금 받아
8년 투병 힘겹지만 전남대에 전달
소설 <녹두장군> <암태도>의 작가로도 이름난 송기숙(79·사진) 전남대 명예교수가 이른바 ‘교육지표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나온 형사보상금 전액을 전남대에 장학금으로 내놨다.

송 명예교수 가족들은 최근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과 관련해 지급된 국가의 형사보상금 7367만원 중 변호사 수임료를 뺀 6962만원 전액을 전남대에 전달했다.

송 명예교수는 1978년 동료인 명노근·이홍길 교수 등과 함께 ‘교육지표 발표’를 주도했다가 379일 동안 구금되는 고초를 겪었다. 사건 뒤 35년 만인 지난해 재심을 통해 광주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에서 불법 수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다. 보상금은 당시 불법 구금된 날수를 하루 19만여원씩으로 계산해 산정됐다.

지병으로 통화가 어려운 송 명예교수를 대신해, 부인 김영애(77)씨는 20일 “남편이 평소 그 사건으로 제적당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도 아버지가 하루하루 몸으로 때운 값인데 어떻게 함부로 쓸 수 있느냐며 기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전남대에 약정서를 보낸 뒤 대학계좌에 이체하는 방법으로 장학금을 기부했다.

‘교육지표 사건’은 78년 6월27일 전남대 교수 11명이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는 ‘우리의 교육지표’를 공동으로 발표한 지식인의 유신반대 운동을 일컫는다. 당시 교수들은 인간 존중의 교육, 교육자의 양심에 의한 교육, 외부 간섭의 배제, 구속학생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 사건으로 교수 11명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해직됐으며 학생 30여명이 제적·정학 당했다.

전남 장흥 출신인 그는 장흥중·고를 거쳐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73년부터 모교인 전남대에 교수로 재직했으나 교육지표 사건에 얽혀 해직된 뒤 투옥됐다. 80년 5월 5·18민중항쟁 때는 시민수습위원으로 참여했다 체포돼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1년을 다시 복역했다.

84년 해직 7년 만에 복직한 뒤 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창립을 주도해 초대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87년 5월에는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를 설립해 5·18피해자 500명의 진술을 정리한 200자 원고지 2만5천장 분량의 <5·18광주민중항쟁사료전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는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진 ‘5월 항쟁’ 피해 조사와 연구 활동에 디딤돌이 되었다. 또 전남대 518연구소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했다.

송 명예교수는 2000년 8월 전남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위원장 등을 지냈다. 8년 전 쓰러져 경도 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지금껏 전남 화순에 살며 투병하고 있다. 그는 <자랏골의 비가> <오월의 미소> 등 장·단편 50여편을 써내는 등 평생 창작에 매진했지만 요즘은 건강 문제로 집필 활동은 쉬고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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