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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진 재능과 자료 나누면 생활의 질 높아져요”

등록 2014-08-25 19:25수정 2014-08-25 20:50

제2기동대 연병장.(1994년) 최태희 제공
제2기동대 연병장.(1994년) 최태희 제공
[사진 마을] 사진 찍는 경찰관 최태희 경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사진을 잘 찍는 경찰 공무원도 여럿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만큼 사진과 관련해서 특별한 이력을 가진 경찰관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젊었을 땐 사진으로 돈을 벌었고 1993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한 횟수가 무려 637회에 달하고 받은 상품과 상금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1억2천만원에 이르는 사람이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로 근무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사진 교실을 열었고 동네 주민을 위한 사진 강의도 했으며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사진을 가르쳤는데 본인의 개인전 수입 전액으로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5대를 기증했다. 이 모든 활동을 근무가 없는 날 무료로 했다. 그는 현재 경찰교육원에서 정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는 현직 경찰공무원 최태희(59) 경위다. 최 교수를 지난 20일 충남 아산에 있는 경찰교육원에서 만났다. 이날도 그는 경찰관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1995년) 최태희 제공
대학로 마로니에공원.(1995년) 최태희 제공

업무 스트레스 해소법 찾다 시작
사진공모전 입상 횟수만 637번
얼굴 찍어준 기동대원 3만명 넘어
학교·복지관 등서 사진교실 열기도
퇴임 후 주민 대상 사진 강의 계획
“현장의 사진 한 장이 글보다 소중”

­사진으로 많은 일을 해왔으며 수십차례 언론에 보도된 것을 알고 있다. 사진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1976년에 경기도 양평에서 사진 관련 사업을 했다.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했는데 부업으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사진, 예를 들어 학교 행사, 소풍, 수학여행, 졸업 사진을 찍어 팔았다. 수입이 꽤 됐다. 그러다가 1990년 초에 그럴 인연이었는지 순경으로 특채되어 경찰 일을 시작했다.”

­사진과 관련된 업무를 맡은 것인가?

“그건 아니고 36살 늦은 나이에 경찰에 입문했는데 안팎으로 스트레스가 많았고 신경성 위장염으로 고생했다.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 되겠다’ 싶어서 활로를 찾다가 예전에 사용하던 쌀 10가마로 장만한 아사히펜탁스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1992년 장충체육관에서 전·의경 한마음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워낙 넓어서 보통사람들이 찍으면 시커멓게 나올 수밖에 없는데 나는 노출 보정 정도는 알고 있으니 깨끗하게 잘 나왔다. 주변에서 보더니 사진 잘 찍는다면서 대원들이 너나없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윗분들도 서서히 인정하면서 대원들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기동대에서 시작한 일인데 나중엔 기동단 차원에서 찍어주면 어떻겠느냐는 지시가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대원들 사진을 찍었다. 2010년까지 3만명이 넘었더라. 기동대 근무시 사진공모전 상금에서 3500만원을 떼서 카메라관련 장비를 구입하여 사용했다. 내 업무는 따로 있었고 얼굴 사진 찍는 일은 추가로 시간을 냈다.”

최 경위가 지난 20일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최 경위가 지난 20일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대단히 많이 입상했다. 사진공모전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1993년 설 연휴였다. 고속버스터미널에 ‘혼잡경비’를 나갔다가 시골서 올라온 어르신에게 의경이 길을 안내해주는 장면을 보고 ‘감이 와서’ 찍었다. 전남 어딘가로 사진을 인화해서 보냈는데 굉장히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 사진을 연말에 공모전에 보냈는데 덜컥 붙은 것이다. 이미 대원들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한데다 상까지 받으니 신경성 위장염 치료에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그 후로 계속 공모전에 응모해왔다.”

­경찰관 가족사진도 찍었다고 들었다.

“(경찰 내부에서) 사진 잘 찍는다는 소문이 한 번 나자 주변에서 재능기부를 하라는 주문이 자주 들어왔다. 2005년에 수서경찰서에 근무할 때 600명 전 직원 중에서 350명의 정복사진을 찍어줬고 번듯한 가족사진 하나 없다는 말을 듣고 경찰관 가족사진도 찍었다. 소문이 나니 시골서 경찰의 부모님이 상경하여 가족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100여 가족 정도 했다.”

­사진 강의도 많이 했다는데?

“막 공모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1994년에 분당 하탑초등학교 어머니사진교실을 열었다. 또 소문이 나서 이듬해는 서울 오금중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사진을 가르쳤다. 사실 이때 나도 가르치면서 사진을 배운 셈이다. 체계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교육원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 뭘 강의하는가?

“정보활동, 상황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범죄와 사고 현장 사진 찍는 것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특히 사고 현장에선 한 장의 사진이 몇 십 장의 글 기록보다 더 소중하다. 어두운 밤에도 흔들리지 않게 찍는 것을 보통사람들은 잘 모른다. 셔터속도, 노출 보정, 조리개, 감도, 역광 상황 등 핵심을 쉽게 전달하려고 정성을 다해 교안을 만들었다.”

최태희 교수가 만든 경찰공무원을 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봤다. ‘촬영기법의 현장활용’이란 제목의 이 교안은 ‘완전 초보’라도 누구나 15분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1976년에 시작한, 오랜 사진경력에서 우러난 명쾌한 교안이었다. 현재 이 자료는 중앙공무원교육원 주최 ‘강의경연대회’ 본선에 진출한 상태라고 한다. 최 교수에게 사진 수업을 듣는 경찰공무원은 연간 1000여명에 이른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사진 채증을 할 때 가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강의 때 어떻게 가르치는가?

“범죄현장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한 기술적 방법도 가르치지만 촬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인권침해 논란 등 부작용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를 따라 귀가하는 시민을 찍는 것은 불법이니 절대 찍지 말라고 당부한다.”

최 교수는 2015년 1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퇴임 후 계획을 물었더니 “판교에 산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사진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 철든 이후 평생 사진을 찍어온 셈이니 앞으로도 내가 가진 재능과 사진자료를 우리 사회와 공유하고 싶다. 사진은 참 좋은 취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활용해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적으로 2003년부터 ‘포웨이’라는 사진동아리를 역시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사진동아리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댓글을 살펴봤는데 인상적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머 축하해요. 너무 잘되었습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파이팅!” 경찰을 포함해 어떤 직업인이든지 취미와 직업이 같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경찰교육원 교수 최 경위의 “우리 이웃을 위한 사진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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