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라이프2-늘 누워지내는 부인을 활동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안아 든 남편. 부부의 표정이 아름답다.
중증장애인 일상 기록한 윤길중씨
야학 후원계기 사진작업 시작
3년간 50여명 집·손발 등 찍어
“나도 한때 장애인들 피하기도…
소통하는 친구가 되어줬으면”
야학 후원계기 사진작업 시작
3년간 50여명 집·손발 등 찍어
“나도 한때 장애인들 피하기도…
소통하는 친구가 되어줬으면”
스마트폰 스크린 위로 힘겹게 와 닿은 뒤틀린 손가락에 닳아버린 액정, 남편의 무릎에 기댄 채 엉기고 뭉친 듯한 손을 부여잡고 다정하게 웃음짓는 아내, 온 몸의 에너지를 입으로 모아 불어제끼는 하모니카…. 아름답지 않다. 아니, 어쩌면 렌즈에 투사된 어떤 장면보다 아름답다, 엄숙하다.
윤길중씨. 갑상선 암에 걸려 수술대에 누워있던 그는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은 아니다’고 생각했단다. 회복기에 아내의 권유로 카메라도 없이 사진수업을 듣던 그는 김영갑갤러리에서 본 풍경 사진에 감동을 받아 아예 사진의 세계로 ‘깊숙히’ 발을 들였다. 그는 3년동안 중증장애인 50여 명의 일상을 기록했다. 그리고 세상에 내놓았다. 오는 14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청 시민플라자에서 열리는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전,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된 초대전이다. 장애인들의 집을 방문해서 찍은 ‘홈 라이프’, 바깥나들이를 찍은 ‘아웃도어 라이프’, 그리고 뒤틀린 손과 발을 찍은 ‘핸드’와 ‘풋’으로 구성된 사진들은 과도한 감정개입 없이 절절한 감동을 준다.
윤씨가 찾은 장애인들의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집이 하도 좁다보니 적절한 화각이 나오질 않아 주로 광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외부인이 자기 집 방문을 꺼리는 이유를 알겠더라. 사는 것이 누추하면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사실 사람 사는 모습이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작업을 하면서 장애인들이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했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카메라의 낯선 시선 앞에서 긴장하다 보니 몸이 더 뒤틀리고, 표정도 굳어져 평소보다 예쁘지 않게 나오곤 했으니 싫어했던 것이다. 문제를 알자, 답이 나왔다. “셔터에 손가락을 얹어두고 몇 시간 이야기하며 놀다 웃는 표정, 좋은 표정이 나오면 찍었다. 다음 방문 땐 꼭 사진을 인화해 줬고 다시 촬영하곤 했다.”
윤씨 자신도 변했다. “장애인 사진을 찍으면서, 내 인생의 설계도가 바뀌었다. 사업한답시고 술 마시고 골프 치고 그랬는데 사진 작업하면서 골프채를 버렸다.” 그는 “장애인이 내 인생의 스승이 되었다”고 말했다. 세상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많다. 장애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으려 하고 옆자리에서 밥이나 술을 마시면 피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애인들은 ‘봉사’나 ‘정상인’ 같은 단어를 싫어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하는 ‘친구’다.” 윤씨의 다음 작업은 장애인 누드다. “장애인 누드를 찍기 시작했는데 한참 더 해야 한다. 이들도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꿈이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핸드2-얼마나 게임에 몰두했는지 휴대폰 액정이 닳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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