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 열목어떼가 폭포로 뛰어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14년 5월 촬영
한겨울, 얼음이 얼어있는 계곡에서 톱으로 구멍을 내고 다이빙을 한다. 겨울 물속은 마치 커튼이 처져있는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방에 앉아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겨울엔 물의 흐름이 빠르지 않아 시야도 좋다.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들은 가끔 꼬리 지느러미만 까딱거릴 뿐 조용히 침잠한다. 그 느낌이 좋다.
민물 수중사진을 찍는 황중문(43)씨는 어렸을 때 강원도 인제 쪽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인제 용대리 계곡을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춘천에서 다녔지만 방학 때면 곧잘 용대리를 찾았다. 어릴 때 혼자 외롭고 그랬는데 용대리 계곡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지곤 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이 어쩐지 그리워 어른이 된 지금도 찾아가본다.
“마음의 고향 같다고나 할까…. 그 땐 아직 잠수까지 하진 않았지만 물놀이 정도를 하면서 계곡의 물과 친해졌다.”
민물고기는 바닷고기보다 예민
먼 거리서 한 장 찍고
한참 있다가 한 발짝씩 들어가야
소양강댐 북사면 수몰지역
계단·암석 표본 등 남아있어
42년전 학교였다는 것 짐작케 해
직장에 들어갔고 강릉에 발령이 나서 바닷물에서 스킨스쿠버를 접하기 시작했다. 2002년엔 춘천으로 발령이 났는데 같이 근무하는 선배 한 분이 제대로 스쿠버를 배워보라고 권유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2011년엔 강사자격증까지 땄다. 민물 수중사진을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어릴 때 물 바깥에서만 보던 계곡물속에 처음 들어가 보니 계곡 벽 쪽에 청소물고기 같은 것들이 떼지어 헤엄쳐다니는 것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담고 싶어졌다.
올해 3월 말과 4월 초에 황씨는 소양강댐 수몰지역의 수중사진을 찍었다. 수몰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낚시를 좋아하는 직장동료가 “가뭄이 심할 때 수몰지역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물속에 마을 터, 학교 터 같은 것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을 때다. 사진을 찍은 곳은 북산면 수몰지역으로 수심이 깊은 바닥은 들어갈 수가 없고 10미터 정도로 비교적 얕은 물속 산등성이 마을에 들어가서 촬영했다. 계단, 목재, 학교 화단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화강암 표본 같은 것이 물 밑에 남아있어 42년 전 이곳에 학교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고 황씨가 전했다.
42년전 수몰된 소양댐 수중의 학교터. 2015년 3월 촬영.
황씨는 주로 혼자 잠수하는 편인데 민물고기는 바닷고기보다 더 예민해서 잠수부의 접근을 경계하여 작은 거품소리에도 휙 도망가버리기 일쑤다. 따라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야한다. 수중촬영은 물속 생물들이 사는 곳을 방문하는 것이니 천천히 배려하면서 접근해야 하며 먼 거리에서 한 장 찍고 한참 있다가 한 발짝 들어가고 또 한 장을 찍고 조금씩 접근해야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물고기들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의사항을 말했다. 올해 6월쯤엔 삼척 이끼 폭포를 찾아 폭포와 이끼를 배경으로 반수면 사진을 찍을 계획이며 홍천군 내면에서 열목어들이 폭포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을 찍을 계획이라고 한다.
민물 수중사진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이 기사를 보고 민물 수중사진가들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느냐고 묻자 황씨는 “열목어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어종이니 절대 잡아서는 안 된다. 그 동네주민들이 잘 감시를 하고 있는 편인데 카메라 없이 다이빙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왜 들어가느냐고 묻기도 하더라.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진을 찍으면서 모두 불법포획 감시꾼이 될 것이니 좋은 일이다. 자연을 보호하면서 사진을 즐기게 되길 희망한다”라고 답했다.
황씨는 작은 포부가 있다고 말했다. “설악산 백담계곡은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백담의 육상사진은 많은데 수중사진은 거의 없더라. 조만간에 (다른 곳에서 찍은) 민물 수중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쪽에 프리젠테이션을 하여 촬영허락을 얻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아름다운 민물 속 세상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하고 또 교육자료로도 활용하고 싶어 거의 매주 주말 물속으로 들어가는 황씨의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황준문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