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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헛헛한 마음 다잡아주고…사진가의 꿈 키워주고…

등록 2015-09-21 20:58

한겨레포토워크숍 제19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제19기
제19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수상소감
채우기보다 버리는 삶 사진 찍으며 인생 배워

우수상 김제숙씨
우수상 김제숙씨
우수상 김제숙씨 ‘개별의 삶, 보편의 삶’

살아오면서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어렸을 때 보았던 아버지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를 기억해낸 일일 듯합니다.

학창시절엔 소풍 때마다 김밥이나 맛있는 간식을 다 그만두고 카메라만 들고 가곤 했습니다. 하굣길,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집으로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찍던 장면이 아득하고 아련합니다. 가정을 이루어, 저 역시 아버지처럼 어린 남매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앞에 놓인 삶을 살아내느라 골몰하였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헛헛한 마음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2008년 7월11일, 처음으로 사진마을의 사진클리닉에 노크를 했습니다. 3장의 사진을 올리고 ‘이런 사진들도 객관적인 사진이 될 수 있는지요?’ 제가 했던 질문입니다. 저 혼자 보기에만 좋은 사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인지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곽윤섭 기자님은 이것저것 신경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찍으라는 조언을 하셨는데 저는 아직까지 거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 민망합니다.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쉽게 포기하지도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할 때가 잦습니다.

사진을 선별하는 일은 찍는 일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15장을 인화해서 책상에 늘어놓고 오며 가며 들여다보았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고 미련은 아무리 떨쳐버려도 물러앉지 않았습니다. 5장을 버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아마 우리의 삶도 그러할 듯합니다. 무엇을 채우기에 급급하지만 사실은 잘 비우는 것이 한결 홀가분한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제게 인생 공부에 다름 아닙니다. 이 상을 주신 것은 오래전에 제가 했던 질문의 답을 이제 실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혼자서 띄엄띄엄 가고 있는 저에게 주신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들 나만의 시각으로 포착

우수상 정태경씨
우수상 정태경씨
우수상 정태경씨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

사진을 사랑하는 분들과 2박3일 동안 여행하며 사진에 푹 빠져 보냈던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우수상까지 받게 되니 쑥스럽고 너무 영광이다. 더불어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여 이제 막 사진가의 꿈을 품은 저에게 늘 부족하게 느껴졌던 나의 사진으로 처음 상을 받게 되어 더욱 기쁘다.

3박4일 동안 일본여행을 하면서 짧은 일정 속에서 시모노세키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나의 작품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은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시선들을 통해 나만의 다른 시선으로 그들만의 일상을 담고자 노력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노력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여행사진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신미식 작가님과 곽윤섭 기자님 그리고 함께한 모든 분들과 사진, 그리고 여행으로 소통할 수 있어 나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태경씨는

경북 포항 출신이며 학창시절 축구선수였고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여행사진가를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중에 있다. 11월부터 3개월 동안 남미를 여행할 계획이다.


10장 찍어도, 1명이 찍었다는 느낌 들게 통일성 있어야

심사평

김제숙 ‘개별의 삶, 보편의 삶’
김제숙 ‘개별의 삶, 보편의 삶’
한겨레포토워크숍 제19기 시모노세키 편이 지난 8월27~30일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도 한겨레 사진마을과 북유럽 전문 여행사 미지투어,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함께 진행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제출한 10장씩의 포트폴리오를 현지 동행 강사였던 신미식 사진가와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가 심사했고 최우수작 없이 우수작 두 편을 뽑았다. 우수작은 김제숙씨의 ‘개별의 삶, 보편의 삶’, 정태경씨의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이다. 시상식은 10월6일 저녁 7시30분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시모노세키 워크숍을 마쳤다. 신미식 작가와 나는 몇번이고 반복해서 참가자들의 사진을 다시 보며 엄중하게 심사를 했다. 여느 때와 달리 약간 의견이 갈렸다. 어느 한 명의 특출한 작품 10장이 있었다면 고르는 것이 쉬웠을 것인데 다들 조금씩 부족하다 보니 ‘누가 덜 부족한가’를 살피는 심사가 되었다.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 두 명을 뽑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정태경은 의욕만 앞세웠던 ‘한겨레포토워크숍-울산 편’과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라 할 수 있다. 초보가 기본기를 습득하고 난 다음 본인의 허물을 깨닫기만 한다면 초보의 냄새를 지우는 것은 순식간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한겨레포토워크숍에 두 번 이상 참가했을 때의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발전의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정태경의 울산 사진은 제구력이 엉망인 상황에서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중구난방으로 공을 뿌린 선발투수에 비유할 수 있었다. 이번 시모노세키 편에선 ‘김성근 감독의 특훈’을 소화해낸 듯이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10장이 균질하지 못하다. 형식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동일한 구질이 연이어 들어와 다음 공이 뭔지 예상 가능하다면 통타당할 가능성이 크다. 10장의 사진을 순서대로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구질을 선보여야 끝까지 버틸 수 있다. 욕심을 버려야 전체 10장이 다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금과옥조는 초보나 작가 모두에게 적용된다.

정태경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
정태경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
김제숙의 사진을 우수상으로 뽑으면서 그동안 19번의 워크숍 때마다 반복했던 얘기를 또 한번 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장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한 명이 찍은 것 같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10장이 다 비슷하게 보이라는 소리가 아니고 맥락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언제나 놓친다. 사람의 마음이 아침 다르고 점심 먹고 나서 달라지고 잠자리에 누울 때 또 달라질 수 있다곤 하지만 사진가가 작품을 한다면 그래선 안 된다. 긴 사진가의 일생에서 시기별로 관심사와 관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시기, 한 작품 안에서 이랬다저랬다 바뀌는 것은 곤란하다.

정태경의 균질하지 못함과 다른 층위의 지적이다. 정태경은 공이 빠르든 느리든 가운데로 던졌는데 빠졌든 상관없이 한 가지 목적은 보였다. 반면에 김제숙의 사진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 사진의 완성도가 고루 뛰어나다는 -마치 칭찬처럼 들리겠지만- 점을 못 본 척할 순 없는 것이다. 두 분 모두 정진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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