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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빛과 그늘 활용…최고의 순간이 ‘반짝반짝’

등록 2015-10-26 20:38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0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0기
최우수상 ‘휴일의 오후’ 심사평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0기 전주-나주 편이 10월9~11일 열렸다. 나주시, 나주목사내아, 전주신중앙시장사업단,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후원과 협찬으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나주 목사골 전통 5일장부터 갈대밭, 전주의 실버패션쇼와 한옥마을까지 다양한 촬영장소가 마련되었다. 최종 포트폴리오 10장을 출품한 비율이 매우 높았고 참가자들의 작품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었다. 대부분 한두번 이상씩 워크숍을 경험한 적이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포토워크숍의 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신미식 작가와 함께 심사했다. 참가자의 이름을 번호로 바꾸고 다른 부연설명 없이 작품을 살폈다. 전체 열다섯 작품 중에서 3분의 2쯤 보고 났을 때 신 작가가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전체 수준이 고르게 높아졌으니 심사위원들의 기대치도 높았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또한 다들 일정 수준을 넘다 보니 비슷비슷해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왕초보가 몇 끼어 있으면 솜씨 있는 사진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이 이치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경현의 작품 ‘휴일의 오후’가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받았다. 신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대를 택했고 다양한 장소를 찾았다. 10장의 사진이 서로 겹치는 것이 없다. 다른 출품작과 차별적인 대목이다. 2박3일 동안 모든 공간을 다양하게 찾아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신경현의 작품을 분석한다. 첫째, 사진마다 주인공이 뭔가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전체 테마인 ‘휴일의 오후’를 접목시켜서 봐야 한다. 휴일을 맞은 사람들(특히 어린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 정도는 사진의 기본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둘째,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게 찍었다. 한 장을 빼고 나면 각 활동이 두드러지게 묘사되었다. 이것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어떤 활동을 한 장으로 묘사한다면 어느 순간을 최고라고 뽑아낼 것인가. 동작이 가장 크거나 표정이 극도로 활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놀이를 하더라도 희열의 순간은 있는 법이다. 셋째, 빛과 그늘을 매번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휴일이 뭐 그리 극적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신경현 사진의 주인공들은 휴일 오후의 뉘엿뉘엿 넘어가는 빛을 잘 받아내서 반짝거리고 있다. 넷째, 사진 구성에서 부제를 거의 쓰지 않고 한두 개의 주요소만 활용하여 처리했다. 통상 거리 스냅사진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것과는 별도로 주인공 곁에 보조 요소를 배치하여 이야길 풍성하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의도적인 선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신경현은 10장 중 최소한 절반 이상에서 보조 요소 없이 단독 주인공으로 밀어붙였다. 예를 들자면 3, 4, 6, 8, 9번 사진은 주요소 하나만 찍었다. 10번도 비눗방울을 보조 요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대부분 사진에서 주인공이 크지 않음도 놀라운 장점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눈에 보인다. 빨간 신발이 있는 1번 사진은 맨 앞이라서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고 위에 있는 아이들의 실루엣 덕에 (휴일의 오후와) 연결될 수 있었으나, 4번 사진은 실루엣마저도 없이 그냥 신발에 머물렀다. 신발의 주인공이 휴일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하더라도 1번은 이해가 되지만 4번은 설득력이 없다. 7번도 아슬아슬한 지점에 놓여 있다. 뭘 찍었느냐, 뭘 보여주려고 했느냐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분수대에 있는 조형물이란 답이 나올 것이다. 조형물 사이에 아이들이 섞여 있었으니 그 아이들이 보내는 휴일의 오후라고 주장하겠지만 안 된다. 지금으로선 휴일의 주체가 없다.

한겨레포토워크숍 21기는 2016년 1월12일부터 1월22일까지 북유럽에서 진행된다. 그동안 한겨레포토워크숍을 함께 진행해온 북유럽전문여행사 미지투어가 짠 이번 워크숍의 일정에는 북유럽 4개국의 베르겐,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 탈린 등이 포함되어 웅장한 대자연, 피오르 체험, 스톡홀름에서 헬싱키까지 1박2일간의 크루즈 여행 등 다채로운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포토워크숍 참가 신청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받는다.(02-3279-0900~1) 북유럽 포토워크숍의 무료 사전강의는 11월17일 저녁 7시30분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데 워크숍 참가 신청과 별도로 사전강의 신청을 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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