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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겨울 데우는 시집 한권

등록 2015-11-19 21:41

‘다시 금강의 꽃으로 피어나다’ 화제

시인 60여명 120여편 재능기부
한전은 사회공헌 차원 출판비 대
수익금은 어린이·불우이웃 돕기
“취지 좋다” 보름만에 2600부 팔려
이유진씨가 19일 대전 계룡문고에서 시집 <다시 금강의 꽃으로 피어나다>를 보고 있다. 이 시집은 대전·충청지역과 인연이 있는 시인들이 시를 재능기부하고 한국전력이 지원해 출간됐으며 판매수익 전액은 어려운 이웃 돕기에 쓰인다. 사진 송인걸 기자
이유진씨가 19일 대전 계룡문고에서 시집 <다시 금강의 꽃으로 피어나다>를 보고 있다. 이 시집은 대전·충청지역과 인연이 있는 시인들이 시를 재능기부하고 한국전력이 지원해 출간됐으며 판매수익 전액은 어려운 이웃 돕기에 쓰인다. 사진 송인걸 기자
지난 3일 세상에 나온 시집 한 권이 화제다. <다시 금강의 꽃으로 피어나다>(엘도론)다. 시집은 대전·충청지역 출신이거나 인연이 있는 시인 60명이 모여 5개월여 산고 끝에 탄생했다.

이 시집에 눈길이 모아지는 것은 판매 수익금이 모두 어린이와 어려웃 이웃을 돕는 기금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한 시인들은 자식과도 같이 아끼는 시를 재능기부 형식으로 내놓았다.

<다시 금강의 꽃으로 피어나다>는 160여쪽이며, 혼자꽃, 풀꽃, 냉이꽃 등 3개의 장에 시인들이 내놓은 시 2편씩이 실렸다. 천정연씨의 삽화가 시집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1부 ‘혼자꽃’은 강신용 시인(충남 연기)의 같은 제목의 시에서 장의 이름을 땄다. ‘산기슭바위틈 꽃 하나/ 바람 불 때마다 온몸 흔들리는/ 저 아득함/ 인생이란 때로/ 깊게 혼자가는 것’. 여백에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 한송이가 피어 있다. 첫번째 장은 강희안 시인(대전)의 ‘돌’ 등 시인 16명의 작품 32편으로 꾸려졌다. 2부는 나태주 시인(충남 서천)의 시 ‘풀꽃’이 문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푸릇파릇, 울긋불긋 봄향기 가득한 삽화 사이로 시인 24명의 시 48편이 피었다. 3부 ‘냉이꽃’도 이근배 시인(충남 당진)의 시 제목이다. 이생진 시인(충남 서산)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비롯해 이재무(부여 출생) 시인의 ‘밥알’, 임강빈 시인(충남 공주)의 ‘항아리’, 최원규 시인(충남 공주)의 ‘달’, 이면우 시인(대전)의 ‘기러기’ 등 시 40편이 수록됐다.

선정위원을 맡은 이가희 시인은 “시집을 내는 취지가 좋아서 선정위원을 정하고 추천을 받아 시인별로 4편씩 시를 받았다. 기준을 마련하다 보니 신예 작가 등 많은 분들을 선정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참여한 시인들은 “대전과 충청이 가까운데도 계기가 없으면 교류하기 어렵고, 서로 만나고 싶은 이들과도 세교를 나누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시집 출간을 계기로 모처럼 하나가 됐다. 좋은 날에 출간을 기념하는 시낭송회를 열어 직접 얼굴을 맞대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시집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출판 비용 2천만원을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가 전액 부담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는데, 올해는 일회성 행사보다 문화 활동을 지원해 그 수익으로 이웃을 돕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집 출간을 지원하고 작가들이 재능을 기부해 이웃을 돕는 형식은 대전·충청권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시집 출판을 지원한 것은 인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길임에도 척박한 토양에 내몰려 있어 이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애초 시집이 잘 팔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취지가 좋다”며 서울의 교보문고, 영풍문고, 대전의 계룡문고가 시집 판매대에 이 시집을 전시해준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보름 만에 초판본 3000부 가운데 2600부가 팔려 나갔다. 유명 시인들이 재능기부해 어린이와 이웃을 돕는다는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19일 대전 계룡문고에서 만난 이유진(22·대학생)씨는 “시도 좋고, 시집도 예쁘고, 사면 이웃도 도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려고 왔다”며 시집을 집어 들었다.

한국전력공사 쪽은 “시인들이 헌신하셔서 좋은 시집이 세상에 나왔고 이를 시민들이 알아보고 구입해주셔서 창작활동도 돕고 어려운 이웃도 돕게 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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