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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사각 앵글에 담다

등록 2015-11-26 19:05수정 2015-11-26 22:00

그저 그런 사장님, 나쁜 사장님, 좋은 사장님.(145쪽)
그저 그런 사장님, 나쁜 사장님, 좋은 사장님.(145쪽)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펴낸
경향신문 사진기자 강윤중씨
<경향신문>사진기자 강윤중씨가 본인의 사진과 글을 묶은 책을 냈다.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는 15년차 기자인 강씨가 기획취재인 사진다큐멘터리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현장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모은 취재기 형식의 책이다. 책의 목차는 책의 취지를 보여준다.

1 ‘막장’이란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연탄 재발견

2 낯설어서 오해했습니다-한국 속 작은 이슬람

4 모두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갈바리 호스피스

6 왜 어떤 사랑은 죄가 됐을까?-남자×남자, 여자×여자

11 나도 여자입니다-여성장애인 정윤수

12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일-혼자 늙어 간다는 것

16 평화는 언제 오는가?-내 집 앞에 떨어진 포탄의 공포

책을 보면 저자 강윤중씨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듣고 싶은 이야기,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취재원의 입을 통해서 전해진다. 31쪽에서 강윤중 기자가 서울 이태원 이슬람성원에서 만난 압둘 아라사크는 “서구의 범죄는 기독교나 가톨릭과 연결시키지 않으면서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중동 지역 범죄는 이슬람과 너무도 쉽게 이어 버려요”라고 하소연한다. 109쪽에서 강 기자가 만난 게이 커플은 “왜 저들은 동성애자가 됐을까 묻지만 왜 나는 이성애자일까 고민하진 않잖아요”라고 말한다. 나머지 에피소드도 주로 취재원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채웠다.

<경향신문>사진기자 강윤중씨
<경향신문>사진기자 강윤중씨

손에 잡히는 대로 책장을 넘기면
재개발촌, 학교, 거리 등에서 찍힌
사회적 소수자들이 척척 걸린다

하고 싶은 말보다 듣고 싶은 이야기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
“약자에 대한 시선, 늘 유지하려 노력”

“난민을 아시나요? 한국 사람들도 한국전쟁 때 난민이었어요. 언제나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어요.”(본문 53쪽, 콩고 난민 욤비 토나씨)

“억울하지 않으세요? 비장애인의 날은 없잖아요. 장애인의 날을 정한 것 자체가 차별입니다.”(본문 232쪽, 여성 장애인 정윤수씨)

그리 많지 않은 강윤중 기자의 목소리 중에는 여운이 길게 남는 대목으로 이런 내용이 있다.

“오랜 세월 쌓여온 삶의 흔적이 눈앞에서 불과 몇 분 만에 사라졌다. (중략) 여성 철거민들은 고통스럽게 철거 과정을 지켜봤다. 지쳐서 더 이상 고함도 지르지 못하고 망연히 이를 바라보는 나이 든 철거민들 앞에서 앳된 얼굴의 용역업체 직원들은 서로 잡담하며 낄낄대고 있었다. 나는 시종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서 꼭 보도해 달라는 철거민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였다. 사진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본문 193쪽, 경기도 하남 미사리 택지 개발지역 강제철거 현장에서)

강윤중 기자는 대신 언어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 말하는 쪽을 택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넘기면 재개발촌, 학교, 거리, 병원 등에서 찍힌 사회적 소수자들의 사진이 척척 걸린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눈망울이 강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고 있다. 존 버거와 장 모르의 공저인 <말하기의 다른 방법>(Another Way of Telling)은 사진의 가치에 대한 여러 가지 방식의 실험과 접근을 담은 책이다. 강 기자는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를 통해 사진기자만이 할 수 있는 특기를 잘 펼쳐냈다. 존 버거가 본다면 고개를 끄덕거릴 것 같다.

전화로 인터뷰를 하려다 서면으로 질문지를 보냈다. 사진기자는 바쁜 사람들이고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생각할 틈을 줘야 했다. 이윽고 답이 왔다.

-책을 낸 동기 같은 것이 있다면?

“매일 사진을 찍고 기록하지만 ‘내게 남은 사진이 있는가?’라고 스스로 묻곤 했다. 사진기자 10년차쯤 즈음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기획(취재)인 ‘사진다큐’를 하면서 조금 더 깊이 다가가 사람들을 만났고 지면에 싣지 못한 얘기들을 사진과 함께 취재기 형식으로 모아 두었다. 6년 전쯤 출판사 여기저기에 투고를 하다 2년 전 서해문집을 만났고 16년차가 된 올해 출판하게 됐다. 책은 내게 남은 사진들이며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기록이며 내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을 보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소수자들의 세계에 대해 얼마나 깊이 천착했다고 생각하나? (취재를 위해) 단편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닌가?

“열여섯 꼭지 하나하나가 단편적 접근이다. 그래서 민망하다. 나같이 게으르고 산만한 사진기자가 사회적 소수자에 천착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은 늘 유지하려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들의 목소리를 지면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 며칠간의 취재지만 (하루하루 마감하고 다른 취재를 찾아나서는) 일간지의 (취재와 마감) 시스템에서는 다소 긴 호흡의 작업이었다. 지면에 게재할 때처럼 (이번) 책에 쓰고도 자꾸 묻게 되었다. ‘떳떳한가?’ (내가 이런 책을 쓸) ‘자격 있나?’라고.”

-책에 나온 사람들은 기자인 강윤중과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아닌가? 그들에게 아는 척했을 뿐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아는 척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난 여전히 모른다. 오히려 내 안의 편견을 인식했을 뿐이다. 외면할 수 없었고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막연히 ‘안다’,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내 속의 반발이 있었다. 봐야 알 수 있다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안다, 이해한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책이 내가 아는 척하는 것으로 읽히면 큰일인데.^^”

이 책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가 펴낼 수 있는 책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강윤중 기자의 사진과 글은 피상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혹은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현장이 아니라 현장의 속사정에 대한 고찰이라서 더욱 가치가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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