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가족, 친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여러 행사를 치르고 나면 지갑이 얇아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1월에 지갑을 닫을 필요는 없다. 뮤지컬 공연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1월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각 공연이 일제히 할인에 들어가는 덕분에 절반 가까운 돈으로 객석을 찾을 수 있다.
29일 뮤지컬 제작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6년 1월에 접어들면서 1000석 이상 대극장 공연들이 일제히 20~30% 이상의 할인행사를 시작한다. 이는 매년 12월이 공연계의 연중 최고 성수기인 탓에 할인행사가 거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테면 인터파크 월간 랭킹에서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레 미제라블>은 ‘신년맞이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1월 한 달 동안 푯값의 20%를 할인해 준다. <시카고>도 같은 기간 20~30% 할인에 들어간다. (표 참고)
뮤지컬 <시카고> 관계자는 “12월에는 송년회 행사를 공연을 보면서 하는 경우가 많아, 값이 비싸도 ‘공연은 12월’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반면 1월에는 지갑 사정을 따지게 되면서 공연계의 비수기가 시작되고 할인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1월에 공연을 관람하면 골라보는 맛도 있다. 연말인 12월에는 날짜를 먼저 정하고 그날 자리가 있는 공연을 찾아 예매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공연을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같은 공연이라도 12월에 매진되던 것이 1월에는 객석에 빈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현재 무대에 올라있는 뮤지컬 작품들은 서로 색깔(장르)이 완전히 다르다. 여러 리뷰와 주위 반응 등을 종합해 찬찬히 작품을 고를 수 있다. 객석 위치와 배우 캐스팅도 고려할 여유가 생긴다. 이를테면 <레 미제라블>은 정통 서사극으로 웅장한 무대를 자랑한다. 귀에 익숙한 합창과 독창이 어우러진다. <시카고>는 미국식 쇼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흥겨운 무대로, 40~50대 관객한테는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한국 창작극인 <프랑켄슈타인>은 강렬한 음악에 1인2역의 연극적 재미 등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무대를 펼쳐보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의 추억 속으로 관객들을 인도하고, <넥스트 투 노멀>은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는 중년 여성 이야기로 작은 무대를 꽉 채운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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