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65일 전, 사람들은 양띠의 해 2015년을 맞아 나름 희망을 품었다. 되돌아보면, 올해도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좋았던 일은 기쁘게 기억하고, 나빴던 일은 2015년과 함께 흘려보내려 한다. 나쁜 일들을 잊어버리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지만, 반추하고 성찰해야 할 부분들은 남는다.
먼저 올해 문화계는 검열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9월 이윤택·박근형 연출이 박정희·박근혜 부자를 풍자했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 창작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이들 연출가들에게 지원 포기각서를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15년이 지났는데 ‘검열’이라는 말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애틋한 그리움을 머금은 복고라면, 검열이 문제 되는 상황은 1970~80년대 음습함을 다시 불러내고 있는 셈이다. 요즘도 서울 대학로의 연극쟁이들은 무대 안팎에서 ‘검열 반대’의 뜻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풍경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문학계는 표절 논란으로 뜨거웠다. 6월 작가 이응준씨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은 독자의 분노와 불신을 불러왔고 문단의 대대적인 개편과 쇄신으로 이어졌다.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3대 문학 출판사는 계간 문예지 편집진을 개편하고 체질 개선을 약속하면서 떨어져 나간 독자를 되찾아오고자 하지만, 문단과 독자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검열이나 표절 논란처럼 날카로운 칼끝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불황’은 문화계 전반의 목을 옥죄었다. 출판계는 매출액이 떨어졌고, 공연계는 창작극보다 검증된 작품들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방송 드라마와 가요계 등의 복고 열풍은 어쩌면 새로운 출구와 미학을 찾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 마음속도 불황인가.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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