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동물>
자연다큐 수작 2편 나와
최근 2~3년 전부터 티브이(TV)에서 대작 다큐멘터리가 사라지고 있다. 방송사의 수익이 줄면서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든 대작 다큐멘터리부터 줄인 것이다. 중국 한류가 거세지면서는 중국에 잘 팔릴 소재의 드라마와 예능 규모만 키우고 있다. 대신 대작에 견줘 제작비가 덜 드는 교양다큐멘터리나 자연다큐멘터리가 늘었는데, 대부분 나왔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녹색 동물>(교육방송 18~20일 밤 9시50분)과 <케이비에스 글로벌 다큐멘터리-헌트>(한국방송1)는 최근 나온 자연다큐멘터리 중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모두 제작 기간 2년 이상에 제작비 8억원(<녹색 식물>)과 190억원을 들이는 등 자연 다큐멘터리 중에서는 덩치가 크고 내용도 새롭다. 초고화질 카메라의 선명한 화질 등 만듦새도 좋다. <헌트>는 영국 <비비시>(BBC)가 지난해 11월 방송한 것을 수입해 내보낸다.
식물 고정관념 깬 EBS ‘녹색동물’
번식 위한 욕구·동적인 순간 포착 KBS ‘글로벌 다큐멘터리 헌트’
포식동물 사냥으로 본 생존투쟁
두 다큐멘터리 모두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녹색 동물>은 식물은 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동물처럼 욕망하는 동적인 면을 드러낸다.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네수엘라 등 13개국을 누벼 50여종의 동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직접 짝을 찾아 나설 수 없는 식물들이 수분 매개자를 유혹하는 모습은 흥미롭다.(1부 ‘짝짓기’) ‘타이탄아룸’은 7년에 단 한번 48시간 동안만 꽃을 피우는데, 꽃에서는 짝짓기를 도와줄 파리를 유혹하려고 향기가 아닌 썩은 주검 냄새가 풍긴다. 어미식물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진 뒤 스스로 땅을 파고들어가는 ‘국화쥐손이’ 등 번식을 위한 욕구(2부), 동물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쓰려고 변기 모양으로 진화한 ‘네펜테스 로위’ 등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선 식물들의 기발한 생존 방법(3부)도 눈길을 끈다.
내용만큼 생동감이 좋아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초고선명 해상도를 자랑하는 ‘4K 유에이치디(UHD)’로 촬영한 화질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손승우 피디는 “와이어카메라와 슬라이드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를 동원했다”고 말했다. “식물도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열망을 가진 존재예요. 식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 식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입니다.”
9일 시작해 2월까지 토요일 저녁 8시마다 찾아오는 7부작 <헌트>도 동물의 욕망에 집중한다. 포식동물의 사냥을 주제로 ‘먹느냐, 먹히느냐’를 두고 투쟁하는 동물들의 전략을 담는다. 사냥의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많았는데, 사냥감에 따라, 날씨에 따라 찰나의 순간 전략을 짜고 행동하는 동물의 모습은 이례적이다. 늑대, 북극여우, 북극곰 등 북극의 포식자들이 계절 등 변수에 따라 사냥 상대, 전략을 바꾸는 과정을 보여주는 식이다. 7분 나오는 대왕고래 장면을 위해 56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총 560시간 촬영했다고 한다. <녹색 식물>처럼 다양한 장비를 동원해 사냥하는 찰나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담았다. 티브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군대의 ‘표적 탐색’ 용도로 개발된 시네플렉스 고화질 카메라로 호랑이를 찍었다. 털끝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아 사실감을 높인다. 9일 1부에 이어 16일 2부 ‘북극에서 살아남기’가 방송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번식 위한 욕구·동적인 순간 포착 KBS ‘글로벌 다큐멘터리 헌트’
포식동물 사냥으로 본 생존투쟁
<케이비에스 글로벌 다큐멘터리-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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