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이 시작값 3억5천만원
문화재청 정밀감정 결과
17년전 잃어버린 ‘대전 목판본’
소장자 “그런 줄 몰랐다”
문화재청 정밀감정 결과
17년전 잃어버린 ‘대전 목판본’
소장자 “그런 줄 몰랐다”
13세기 말 고려 승려 일연이 쓴 역사책인 <삼국유사>의 일부 판본이 경매에 나왔다가 문화재청 조사 결과 도난품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경매사 코베이가 20일 경매행사에 내려다 장물 의혹으로 출품을 취소한 <삼국유사>권2 ‘기이편’(사진)을 정밀감정한 결과 1999년 도난 문화재로 신고된 ‘대전 삼국유사 목판 최초 인쇄본’과 같은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이 <삼국유사>판본은 보물 419-2호로 지정된 성암고서박물관 소장본과 같은 유형의 판본으로 추정된다. 20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코베이 경매에 시작가 3억5천만원에 출품될 예정이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원래 소장자의 가족으로부터 경매 매물로 나온 <삼국유사>판본이 17년 전 소장자의 집에서 도난당한 판본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조사를 벌여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경매사를 찾아가 원소장자가 갖고 있는 영인본과 경매에 내려 했던 <삼국유사>판본을 대조해보니 서체와 (글자) 흔적의 위치 등 주요 특징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 유물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매사 코베이 쪽은 “오래전 도난된 유물인데다, 현재 문화재청이 공개중인 도난문화재정보에도 관련 이미지가 없어 위탁받은 판본의 도난품 여부를 사전에 판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원래의 삼국유사 판본이 도난된 경위와 문제의 판본을 현재 소장자가 입수하게 된 과정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매를 위탁했던 현재 소장자는 “고서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값을 치르고 사들였으며 도난품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유사>는 조선 초기 찍은 고판본인 ‘송은본’, ‘석남본’과 15세기 경주에서 찍어 가장 널리 보급된 ‘정덕본’ 등 여러 판본들이 전한다. 이들 가운데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정덕본(완본)과 개인 소장 송은본 일부(권3~5)가 국보로, 부산 범어사, 고려대 도서관, 연세대 박물관, 개인이 각각 소장한 일부 판본 4건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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