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베리스모 오페라’ 걸작들 무대에
오페라는 흔히 일부 계층을 위한 예술이라는 오해를 부른다. 귀족이나 영웅이 주인공인데다 무대와 의상이 화려해 보통사람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를 다룬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귀족의 거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왕궁을 무대로 한 베르디의 <아이다>등 우아하고 고급스런 의상과 화려한 무대가 즐비하다. 게다가 음악은 극적인 요소보다 성악적 기교에 치중해 이야기의 흐름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귀족 중심의 세상 무대서 빼고
평범한 사람들 일상 소재 삼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80분동안 두 편 연이어 공연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가 등장했다. 이탈리아어로 사실주의라는 뜻이다. 콩트의 실증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 알렉상드르 뒤마 등이 전개한 자연주의 운동을 이탈리아식으로 수용했다. 귀족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하층민의 눈높이에서 사회의 추악한 이면과 인간들이 겪는 애증과 욕망, 배신과 음모 등을 오페라 안에 끌어들였다. 배경도 로마, 밀라노, 파리 등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가 아니라 시칠리아처럼 한적한 시골마을로 바뀌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올해 ‘모두를 위한 오페라’를 슬로건으로 걸고 이달 ‘베리스모 오페라’의 두 걸작을 준비했다. 바로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다. 단막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2막으로 구성된 <팔리아치>는 모두 연주시간이 80분 이내로 비교적 짧아, 세계적으로도 함께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한 장의 티켓으로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가 배경이다. 군대를 제대한 투리두는 애인이었던 롤라가 다른 남자(알피오)와 결혼한 것을 알고 홧김에 산투차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유부녀가 된 롤라가 자신을 유혹하자 다시 그와 만나게 되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롤라의 부정을 폭로한다. 영화 <대부>에서 이 오페라의 음악을 사용하기도 했다. 테너 하석배, 소프라노 김은형, 바리톤 방성택 출연.
<팔리아치>는 유랑극단의 미녀 넷다를 둘러싼 치정극이다. 유랑극단 단장이자 넷다의 남편인 광대 카니오는 바람기가 있는 아내 넷다를 의심한다. 실제로 넷다에게는 실비오라는 연인이 있다. 극단의 단원이자 꼽추인 토니오가 넷다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서 앙심을 품고, 카니오에게 넷다의 부정을 일러바친다. 테너 이동명, 소프라노 이정아, 바리톤 박은용 출연.
중국 출신의 지휘자 리신차오가 일찌감치 합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서 레오폴트 하거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중국국립오페라발레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29일과 30일 저녁 7시30분 대구오페라하우스. (053)666-602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평범한 사람들 일상 소재 삼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팔리아치’
80분동안 두 편 연이어 공연 하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가 등장했다. 이탈리아어로 사실주의라는 뜻이다. 콩트의 실증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 알렉상드르 뒤마 등이 전개한 자연주의 운동을 이탈리아식으로 수용했다. 귀족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하층민의 눈높이에서 사회의 추악한 이면과 인간들이 겪는 애증과 욕망, 배신과 음모 등을 오페라 안에 끌어들였다. 배경도 로마, 밀라노, 파리 등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가 아니라 시칠리아처럼 한적한 시골마을로 바뀌었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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