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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입양 청년의 ‘생모 찾아 삼만리’…입양 쌍둥이 자매의 ‘극적 만남’

등록 2016-02-28 18:51수정 2016-02-28 18:51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창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게이 할아버지의 도움 등
에피소드·흥겨운 음악 곁들여
무겁지 않은 이야기로 풀어내

아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1970~80년대 해외 입양을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보내졌던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 한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하나는 창작 뮤지컬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표현됐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

지난 23일부터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극작 전수양, 작곡 장희선, 연출 박칼린)는 주인공의 이런 대사로 시작한다. “어렸을 적 난, 모든 아이들은 공항에서 태어난다 생각했어.” 미국 공항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가족’을 만났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입양 청년 ‘조시 코헨’(최재림)은 ‘나는 어떻게, 어디서,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국을 찾는다.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생모를 찾지만 입양 서류 속 주소지는 없어진 지 오래다. 우연히 서울 이태원의 술집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강윤석)와 함께 엄마 찾기 모험을 시작한다. 고생 끝에 목포에 사는 생모의 주소를 얻지만, 생모는 ‘입양을 보낸 일이 없다’면서 대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작품은 입양 문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질문을 던진다. 조시 코헨은 나중에 자신이 쌍둥이의 형이었으며, 동생은 몇 달 전 가난한 집안을 돌보느라 배달 일을 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쌍둥이 형제는 말다툼에 가까운 ‘가상 대화’를 나눈다. 형 조시는 “너는 엄마랑 같이 살아서 좋았겠다”고 하는데, 가난에 시달렸던 동생은 반대로 “형은 좋은 집안에서 커서 좋겠다. 영어도 하고”라며 형을 부러워한다. 성소수자인 게이 할아버지와 함께한다는 설정은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조시가 생모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은, 딜리아가 어릴 적 게이라는 점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상황과 겹친다. 둘은 닫힌 가족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한테 가족이 돼준다.

작품이 무겁지만은 않다.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언어 유희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버무려 넣었으며, 5인조 밴드의 흥겨운 음악도 곁들여진다. 배우 최재림과 강윤석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공연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뮤지컬 우수공연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고, 이번이 첫 정식 공연이다. 3월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이어진다. 티켓 4만~5만원.

다큐 영화 ‘트윈스터즈’

각각 미국·프랑스로 보내졌지만
화상채팅으로 핏줄 깨닫고 상봉
직접 첫만남부터 영상으로 기록

다큐 영화 ‘트윈스터즈’. 사진 ㈜엣나인필름 제공
다큐 영화 ‘트윈스터즈’. 사진 ㈜엣나인필름 제공
다큐 <트윈스터즈>(감독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는 분명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도 보도된 내용이지만, 영화는 새로운 감동과 메시지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미국 엘에이에 사는 사만다 푸터먼(29)은 2012년 어느날 낯선 이로부터 페이스북 신청을 받는다. 프랑스에서 성장했고 당시 런던에서 공부하던 동갑내기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프로필 사진은 서로 너무 닮았고, 무엇보다 둘의 생일이랑 출생지(부산)가 똑같았다. 둘은 거의 동시에 이렇게 외친다. “우리 쌍둥이인 것 같아!” 둘은 수없이 화상채팅을 했고,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사만다가 런던으로 날아가 실제 둘이 만나는데, 이 장면에서 관객은 숨을 멈출 것이다. 둘은 어색함과 반가움 등 온갖 감정에 휩싸여 서로를 보면서 빙빙 돌기만 한다. 껴안지도 못한다. 아나이스가 손가락으로 사만다를 슬쩍 찔러볼 뿐이다. 어느 연기자도 재연해내기 힘든 극적 만남의 순간이다. 할리우드에서 배우 오디션을 보던 사만다는 둘의 만남을 시작 때부터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이를 기초로 여러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큐 영화로 제작해 한국에서 개봉하게 된 것이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는 실제 입양의 밝은 면을 강조했다. 이들은 26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한 찻집에서 기자와 만나 “그냥 우리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을 뿐인데, 입양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사만다가 낳아준 엄마, 양쪽의 입양 전 위탁모, 길러준 엄마 등을 일컬어 “엄마가 5명”이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만다는 “내가 인생에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두 사람한테 입양 보낸 엄마, 입양 받은 엄마, 입양된 아이들한테 해줄 말을 부탁했다. “입양한 엄마는 사랑을 베풀고자 한 사람으로 용감한 분들이다. 입양을 보낸 엄마는 자식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어렵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 입양된 아이한테는 분명히 말하겠다. ‘넌 특별해. 세상에는 너와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많아.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라고.” 3월3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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