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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관파천’의 무대 옛 러 공사관과 ‘고종의 길’ 원래 모습 찾는다

등록 2016-07-20 11:34수정 2016-07-21 02:44

문화재청 20일 복원계획 밝혀
구한말 옛 러시아공사관의 전경. 서울의 외국 외교공관중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탑루만 남았다.
구한말 옛 러시아공사관의 전경. 서울의 외국 외교공관중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탑루만 남았다.

국권이 쇠망해가던 1896년 2월 조선왕실의 고종 임금은 명성왕후 시해에 이어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하던 일본 세력을 피하려고 몰래 경복궁을 떠나 서울 정동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겨간다. 이후 고종이 1년 넘게 러시아 공사관 안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조선의 국사를 맡아보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후대 사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아관파천’이라고 부른다.

문화재청이 올해 아관파천 120주년을 맞아 당시 역사적 흔적이 남은 관련 사적들의 복원사업안을 20일 밝혔다. 현재 탑루만 남은 옛 러시아공사관(사적 253호)의 원형 복원과 정비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마무리하고, 옛 경운궁(덕수궁)에서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졌던 통로였던 이른바 ‘고종의 길’(왕의 길)도 9월부터 복원공사에 들어가 내년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옛 러시아공사관은 1896년 2월 11일부터 1897년 2월 20일까지 고종 임금이 머물면서 국정을 수행했으며 1897년 10월 그가 선포한 대한제국의 건설을 앞서 구상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1890년(고종 27년)에 르네상스 벽돌 조적조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한국 전쟁 때 크게 부서져 현재는 탑루 부분만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벌여온 공사관 터 일대에서 진행된 발굴 지표조사 결과와 문헌기록 등을 바탕으로 고증작업을 벌여 건물의 전체 규모와 시공 당시 건축 양식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을 세워놓았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북서쪽의 옛 궁궐 권역에서 현재 정동공원에 있는 옛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지는 100m가 조금 넘는 좁은 통로를 가리킨다. 미국 대사관저 영역 안에 포함돼 일반인들은 통행할 수 없다. 이번 복원 사업은 미국 대사관저 영역과 그 북쪽의 덕수궁 옛 선원전 터 사이에 경계벽을 세워 묻혔던 길의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 뼈대다. 한·미 두 나라가 2011년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와 덕수궁 선원전 터 사이에 경계벽 설치를 합의한 이래 미 국무부 재외공관관리국(Bureau of Overseas Buildings Operation)이 현지조사 등 4차례의 검토과정을 거쳐 지난 6월 경계벽 설계안을 최종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길 복원사업이 가능해졌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고종의 길’은 원래 공식명칭이 아니라 후대에 나온 별칭이다. 왜인들이 명성왕후를 시해한 을미사변(1895)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길 때 이동한 길을 추정해 붙인 길 이름이다. 주한미국공사관이 만든 서울 정동 지도에 덕수궁 북서쪽 선원전과 현 미국대사관 관저 영역 사이의 작은 길을 ‘왕의 길(King‘s Road)’로 표기한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고종이 이 길로 피신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문헌기록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순우씨를 비롯한 일부 근대사료연구자들은 이 길이 아관파천 때 피신로가 아니라 그뒤 정궁으로 격상된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 사이 연락통로로서 주된 구실을 했을 것이라는 이견도 내놓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와함께 덕수궁의 중요한 전각이었다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해체, 철거된 뒤 경기여고가 들어섰던 선원전 영역의 복원사업도 진행한다. 역대 왕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했던 선원전을 비롯해 서거한 왕과 왕비의 시신을 모셨던 빈전인 흥덕전, 신주를 임시봉안했던 혼전인 흥복전, 부속건물과 배후숲(상림원), 지형, 궁 담장 등의 원래 모습을 되살리기로 했다. 청은 지난해에 마련한 ‘덕수궁 복원 종합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2039년까지 약 5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단계로 복원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옛 러시아공사관의 현재 모습. 한국전쟁 때 크게 파괴돼 현재는 탑루만 남았다. <구 러시아공사관 보수공사 수리보고서>(서울 중구청, 2010)에 실린 사진이다.
옛 러시아공사관의 현재 모습. 한국전쟁 때 크게 파괴돼 현재는 탑루만 남았다. <구 러시아공사관 보수공사 수리보고서>(서울 중구청, 2010)에 실린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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