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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월간지 ‘페이퍼’ 창간10년

등록 2005-11-03 18:02수정 2005-11-03 18:10

<페이퍼> 창간 10돌을 맞아 ‘일당’들이 한자리에 모여 폼을 잡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회계 등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김지혜, 발행인 김원, 기자 정유희, 김양수, 편집장 황경신, 기자 노창범.
<페이퍼> 창간 10돌을 맞아 ‘일당’들이 한자리에 모여 폼을 잡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회계 등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김지혜, 발행인 김원, 기자 정유희, 김양수, 편집장 황경신, 기자 노창범.
“글보다 사람에, 세대보단 정서에 편안한 시선 던졌죠”

월간 <페이퍼>가 창간 10돌을 맞았다. 1995년에 신세대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스트리트 페이퍼’로 출발한 이 잡지는 지금 매달 9만부를 찍는 유가지로 성장했다. 숱한 무가지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대기업이 뒤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의 라이센스지도 아닌 이 얇은 책만이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까닭이 뭘까. 2일 서울 삼성역 부근 <페이퍼> 사무실을 찾아보았다.

신세대 대변 ‘스트리트 페이퍼’ 출발
지금은 매달 9만부 찍는 유가지로
동네가게 소소한 얘기부터
거장 인터뷰까지 내용 제한 없어

매년 바자회…독자·필자등 한자리에
‘세상 맛’ 살리려 재택근무도

“동력이요? 독자들이죠.”

발행인 김원 이사(48)는 당연하다는 듯 제꺽 ‘정답’을 일러줬다. 물론 위기가 없었을 리 없다. 97년께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불황을 예고하는 빨간 불이 켜졌을 때였다. 광고물량이 갑자기 줄어들어 잡지를 포기하려 하자, 말리는 이들이 있었다. “배포처 가게의 사장들이 돈을 댈 테니 잡지를 계속 내달라”고 했단다. 결국 98년 1월호부터 유가지로 돌아섰다. 황경신 편집장(40)은 “유가지 전환이 우리를 살렸다”고 말했다. 서울에만 배포하던 책이 전국 지하철 가판대와 서점에 깔리기 시작하면서 잡지 발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가진 거라곤 ‘사람과 사랑’이 전부였다. 서로 경계를 허물면서 좋아하고 즐거워야 책꼴이 갖춰진다는 ‘업계의 비밀’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챈 듯했다. 황 편집장은 “글보다는 사람을 먼저 봤고, 세대보단 정서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들이 발굴한 작가들도 여럿이다. <조선일보> 연재로 인기를 얻은 ‘광수생각’의 만화가 박광수, 현재 <조선일보>의 연재소설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권신아, <나눔나눔나눔>의 조병준, <지큐>의 이충걸 등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감각적인 문체의 황경신 편집장, 위트와 통찰이 번뜩이는 문체로 유명한 정유희 기자(교육방송 <삼색토크 여자> 패널)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가수 김창완, 양희은, 한대수, 이상은 또한 이들에겐 귀한 필자이자 가족이다. 독자와 기자, 그리고 필자를 한 데 묶는 ‘잦은’ 술자리를 제외한 공식 행사는 연례 바자회다. 연간 900~1000여만원에 이르는 바자회 수익금은 매달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 기부한다. 기부금액과 잔고는 매달 1원짜리 하나까지 따져 잡지에 발표한다.

기존의 잡지 분류 안에서 <페이퍼>의 위상을 규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나의 책 안에 이웃 분식점이 스파게티점으로 바뀌었다는 소소한 얘기부터 가야금 명인인 황병기 인터뷰까지 별의별 이야기가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진다. 술마시며 몇시간 동안 인터뷰하는 일도 많다. 기자와 필자들은 모두 저널리스트와 작가의 경계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글쓴이의 존재감을 살리려고 기자들은 1년여 전부터 아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자기복제를 반복하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세상의 ‘맛’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라는 편집인의 주문이다.

“재택 근무나, 술마시면서 인터뷰하는 일이나… 모두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양희은 언니는 평생 한번 해봐라, 죽을 때까지, 그랬어요. 독자들과 함께 나이 들면서, 만들고 싶은 잡지를 죽을 때까지 만들고 싶어요.”


‘왕고참’ 정유희 기자(35)의 말에 ‘옛 꽃미남’ 김양수 기자(33)와 ‘새 꽃미남’ 노창범 기자(30)도 고개를 끄덕였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페이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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