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8일 <한겨레>와 만나 “‘문화철도2017’사업과 시민 1000명이 직접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아무나(아!문화!) 피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혹시 지공족이 무슨 말인 줄 아세요? 하하. 모르죠, 모르죠?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살 이상인 분들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주철환(사진)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1955년생, 우리 나이로 63살이니 지공족이 가까워진다. 하지만,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빵모자’를 쓰고 왔다. 영락없는 ‘젊은이’ 차림새다.
그는 2017년 핵심사업 두 가지를 밝혔다. 평소 강조하는 ‘일상 속에서 즐기는 문화예술 활동’이다. “취임한 지 150일을 넘기면서 업무 파악이 끝났습니다. 올해는 ‘문화철도 2017’사업과 ‘아무나(아!문화!) 피디(PD)’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합니다. ‘은하철도999’를 떠올리게 하는 ‘문화철도2017’은 지하철과 역사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는 것이고 ‘아무나 피디’는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 1천명이 직접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젝트지요.” 왜 지공족이라는 신조어의 뜻을 물었는지 그제야 짐작이 갔다. ‘지하철’과 ‘노인’이라는 키워드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문화철도2017’은 서울메트로(대표 김태호)와 협업해 펼치는 15건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시민 58%가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김민기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실제 지하철 1호선에서 공연하거나 윤동주 시인 100돌을 기념해 경복궁역 등을 윤동주의 시와 생애를 볼 수 있도록 꾸밀 예정입니다.”
주 대표는 “74학번이어서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된 1974년 8월15일을 잊지 못해요. 이날 문세광의 저격 사건도 일어났으니까요. 내 삶 속에 깊이 각인된 지하철을 시작으로 시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문화예술로 꾸미는 사업을 확대할 생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나 피디’는 시민을 문화콘텐츠의 수용자가 아니라 생산 주체로 내세우는 작업이다. 피디·교수 출신인 그의 ‘전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나 피디 1호’는 그가 직접 맡기로 했다. “정년 이후 제2의 삶을 사는 노인세대를 위한 문화예술이 필요합니다. 이분들을 비롯한 아무나 피디가 생산한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조성할 겁니다.”
주 대표는 재단 주요사업인 예술창작 지원에도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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