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장>의 최인훈 작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소설 <광장>을 쓴 최인훈(81) 작가가 ‘제적 60년’만에 서울대 법대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24일 오후 열린 서울대 법과대학·법학대학전문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최씨는 학사모를 쓰고 보라색 졸업가운을 입은채 단상에 섰다. 그는 곧 학장이 수여하는 졸업장과 법대를 상징하는 ‘정의의 종’ 모형을 받았다. 학사모 밖으로 삐져나온 그의 흰 머리가 흘러간 세월을 실감케했다.
최씨는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1956년 등록을 포기해 ‘미등록 제적’ 처리됐다. 분단된 현실에서 느끼는 혼란으로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육군에 입대해 통역장교로 6년 복무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최씨는 졸업생들한테 축하의 인사를 건넨 뒤 “입학할 땐 성실하고 근면한 법학도의 첫걸음을 내딛으려 했을텐데, 철학이란 학문에 뭔가 정신적인 기대를 했던 것 같다”며 학업을 끝마치지 못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또 “헤겔의 법철학과 관련된 졸업논문을 쓰기도 했지만 복사본도 남겨둔 것이 없어 이후에 구경한 적이 없다”며 “아마 많은 분들이 읽는 괴로움을 면하게 한 것만 하더라도 그 논문이 현실적으로 성취한 유일한 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명예졸업장을 고사할 생각도 했으나 이 자리에 서서 소박하게 감사의 말씀을 모교에 드리고 여러분의 졸업동기생이 된 이 빛나는 장면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자 그의 ‘졸업동기생’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조홍식 서울법대학장은 “최인훈 작가의 민주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와 작품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는 작가정신을 숭고하게 기리고, 선생님의 정신을 서울법대의 전통적 가치로 수용하고자 마련했다”고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최씨는 군복무 중이던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
, <라울전>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의 대표작 <광장>은 1996년에 100쇄를 찍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