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 이건음악회 제공
동방 정교회(비잔틴 제국 콘스탄티노플의 맥을 잇는 교회)에서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신부가 될 수 없다’는 농담이 있다. 3시간 동안 선 채로 드리는 미사에서 성가를 부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397년 설립돼 620년이 된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은 동방정교회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손꼽힌다.
이들이 26일 부산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음악당(27일), 서울 예술의전당(29, 30일)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니콘 스테파노비치 질라와 22명의 합창단원 전원이 참석해 자신들을 소개하는 의미로 ‘아, 나의 드넓은 초원이여’, ‘아무르 강의 물결’ 등 러시아 민속음악을 들려주었다.
합창단원 출신으로 2005년에 지휘자로 부임한 질라는 “대주교가 주관하는 예배와 해외 순방 미사에 참여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지만 러시아 민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단원 개개인이 아름답고 웅장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조화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넘어 세계인들과 화합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스레텐스키 수도원 합창단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교회를 통합하기 위해 총대주교가 순방길에 오른 2007년을 기점으로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미국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질라는 러시아 전통에 기반한 정교회 음악과 가톨릭, 개신교의 종교음악의 차이점에 대해 “러시아 성상에서는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정교회 음악은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며,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을 기대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고대 비잔틴 성가를 비롯해 러시아 전통음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28회를 맞는 이건음악회로 이건기업은 해마다 열리는 음악회 외에도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 중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등 지속적으로 후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호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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