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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틀 ‘마법의 선율’ 타고…건반의 시를 쓴 조성진

등록 2017-11-20 17:57수정 2017-11-20 21:23

베를린 필하모닉과 라벨 협연
중용 지킨 ‘청명한 연주’ 인상적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이 시작되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관객을 단숨에 황홀경으로 초대했다.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 사이먼 래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은 첫날 첫 곡에서부터 슈트라우스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작품을 명쾌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으로 표현했다. 지휘대 위에 선 마에스트로 사이먼 래틀은 관현악 색채에 마법을 부린 듯 질감이 살아 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이날 청중의 관심은 조성진이 협연하는 라벨 협주곡 G장조에 집중돼 있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베를린 필과의 협연을 목표로 삼았던 조성진이 스물셋 나이에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홍콩을 거친 투어 연주회의 마지막날이기도 했다. 연주를 앞두고 조성진은 “리허설을 하는데 마치 디브이디(DVD)를 보고 있는 듯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베를린 필과 한번 더 연주하는 걸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고 아쉬운 마음을 재치있게 드러냈다.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라벨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페인의 음악적 정서와 당시 미국에서 유입된 재즈에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화려하고 경쾌한 테크닉부터 2악장의 서정적인 분위기까지 다채로운 표현력을 요구한다. 최근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천착한 조성진은 고요한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과 같은 청명한 연주를 보여줬다. 감정 또는 개성에 매몰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강단 있는 태도는 더욱 신뢰감을 가지게 했다. 그가 선택한 앙코르곡은 지난 17일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의 수록곡인 드뷔시 영상 1집 중 ‘물의 반영’이었다. 래틀은 아예 연주자석에 자리를 잡고 조성진의 연주를 지켜봤다.

2부에 펼쳐진 브람스의 마지막 교향곡 4번은 베를린 필하모닉이 19세기 때부터 매 시즌 연주한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 곡에서 래틀과 베를린 필이 들려준 기품 있는 톤과 섬세한 음악성은 ‘위로’ 그 자체였다. 유일하게 밝은 분위기인 3악장에서 트라이앵글은 여리게 반짝였고, 마지막 악장에서 현악기는 하강하는 선율을 통해 괴로운 감정을 절절히 드러냈다. 16년간의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로서의 활동을 마치는 래틀은 내년 10월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시 한국을 찾는다.

김호경 객원기자 writerh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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