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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지예의 노랫말, 지예 노래로 돌아오다

등록 2018-02-25 18:51수정 2018-02-25 20:51

20년만에 낸 앨범 ‘쉬 앤 미’

1980~90년대 쓴 여덟곡
같은듯 다른듯 다시 불러
“작사사 지예 뿐 아니라
뮤지션으로 기억해줬으면”
작사가 지예. 본인 제공
작사가 지예. 본인 제공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 앨범을 너무나 좋아하던 소녀가 있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사운드와 분위기에 매료됐다. 비유와 은유가 많아 까다롭기로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의 가사를 하나하나 해석하며 자신만의 음악으로 받아들였다. 어린 시절부터 이처럼 어둡고 영적인 면이 강한 음악을 좋아했다.

소녀는 자라 한국을 대표하는 작사가가 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400곡이 넘는 노래의 가사를 쓰며 박주연과 함께 가요계를 양분한 작사가 지예다.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과 ‘로라’, 소방차 ‘사랑하고 싶어’, 임병수 ‘아이스크림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인기를 얻은 노래들은 우연찮게 밝은 분위기의 곡들이지만 그는 어둡고 슬픈 가사를 주로 써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집을 많이 읽었어요. 생텍쥐페리, 괴테, 김소월, 한용운의 시를 끼고 살았고,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좋아한 것처럼 그런 어두운 분위기에 늘 젖어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에 미스롯데와 문화방송(MBC) 탤런트 공채 13기에 뽑혔지만 연예계 생활은 그와 맞지 않았다. 너무 권위적이었고 지시하고 반말하는 문화가 싫었다. 작사가의 길을 택해 곡당 300만원을 받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1985년 데뷔해 5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했다. ‘엄마 말해줘요’는 지예의 어두운 특성을 잘 드러낸 히트곡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가요계가 십대 위주로 재편되면서 지예의 가사를 찾는 이들은 조금씩 줄었다. 랩의 영역이 커져가면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가사가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가요계 상황이 바뀌면서 일도 갑자기 줄기 시작했어요. 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가사를 쓰고 시를 썼어요. 열정은 그대로 있고, 대신 사람 자체가 더 성숙해지고 내려놓고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

지예는 얼마 전 오랜만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20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다. 과거 자신이 썼던 가사의 노래들을 다시 불렀다. 앨범 제목은 <쉬 앤 미>(She And Me), “쉬(She)는 옛날에 작업했던 그녀이고, 미(Me)는 지금의 나”다. 옛날의 그녀와 지금의 내가 만났다는 의미로 지었다. 신곡은 없다. 자신이 과거에 불렀던 노래 두 곡에 다른 가수에게 줬던 여섯 곡까지 모두 여덟곡을 직접 다시 불러 녹음했다.

변영태가 불러 히트했던 ‘어떻게든 되겠지’나 김종찬의 ‘산다는 것은’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유명한 노래는 없다. 그는 “너무 인기 있던 노래들은 재미가 없잖아요”라고 말하며 “마음에 들었던 가사들, 묻혀서 너무 아까웠던 곡들, 소화하기 쉬웠던 노래들 위주로 선곡했다”고 말했다. 소녀 같은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대로고 오디오가이에서 녹음한 사운드는 정갈하고 울림이 깊다. 그렇게 홍서범의 ‘다시 비가 내리는 이유’나 조용필이 불렀던 ‘그 후’ 같은 노래들이 다시 태어났다.

그는 <쉬 앤 미>에 이어 새로운 창작 앨범을 준비 중이다. 작사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작사가 지예로만 인식되는 걸 그는 거부한다. “작사가뿐 아니라 제대로 된 뮤지션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가수고 또 프로듀서이기도 하거든요. 곡을 직접 쓰진 않지만 가사를 쓰고 작곡가를 선택하고 디렉팅도 다 하거든요. 음악은 늘 제 옆에 있어왔고 음악과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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