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앨범 ‘바다와 나의 변화’를 발표한 김해원.
“가야 할 사람이기에 안녕, 안녕이라고 말해야지~”
아버지의 차에서는 늘 장현의 노래 ‘석양’이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하는 걸 즐겼다. 차에서 울려퍼지는, 신중현이 만들고 장현이 부른 노래를 특히 좋아하셨다. 형은 방에서 도어스 같은 사이키델릭 음악을 반복해 들었다. 소년 김해원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그 노래가 싫었고 형이 이상한 음악을 듣는 것 같아 걱정도 했지만 그 음악들은 알게 모르게 그에게 스며들었다.
‘석양’을 싫어했던 김해원은 이제 김사월X김해원의 멤버로 무대에서 ‘석양’을 부르곤 한다. 음악을 하게 되면서 그는 그 음악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한지를 알게 됐다. 그는 이제 장현만큼 분위기 있게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다. 또 프로듀서로, 영화음악 작곡가로 자신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다.
김사월과 함께하는 듀오 김사월X김해원은 지금 한국 포크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가운데 하나다. 김사월X김해원은 첫 번째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 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김사월은 이듬해 솔로 음반 <수잔>으로 2년 연속 ‘최우수 포크 음반’ 상을 수상했다.
김해원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모양새였다. 김사월X김해원으로 활동할 때도 김사월에게 좀 더 많은 조명이 비추었고, <수잔> 작업에서도 프로듀서 역할을 맡으며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또한 <셔틀콕>, <피의 연대기>, <소셜포비아> 등의 영화음악가로 중요하지만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 <바다와 나의 변화>를 발표했다.
제목 그대로 앨범은 김해원의 또 다른 변화를 담고 있다. 그는 도시의 느낌을 좋아했고, 도시 안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작업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는 “트여 있는 시야와 자연을 좋아하게” 됐다. 비비시 자연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곡을 쓰기 위해 제주에 내려가기도 한다. “제주의 풍경을 보면서 쓴 노래도 있고, 또 자연에 귀속돼 있는 존재로서 이를 대변할 수 있는 게 바다라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어요. 또 제 이름에 있는 ‘해’자가 ‘바다 해’(海)여서 뭔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바다와 나의 변화>에는 어둡고 쓸쓸하고 침잠하는 자연이 담겨 있다. ‘불 길’은 동일본 대지진을 보며 받은 충격에서 나온 노래고, 표제곡 ‘바다와 나의 변화’는 자연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침잠하는 분위기에서 조용히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가 있고, 기타 연주 뒤로 치열하게 다듬은 사운드가 있다.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포크 음악의 풍작 속에서도 <바다와 나의 변화>는 유난히 더 빛난다. 두 번의 앨범 발매 단독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더 자주 무대에 올라 김해원의 이름을 알릴 계획이다.
김학선 객원기자, 사진 김해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