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극축제는 한편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통로는 아름다움을 생명으로 하는 예술이다. 그 예술을 통해 일상을 떠나기도 하고 일상을 성찰하기도 하는 시간은 아주 즐거운 파티가 될 수 있다.
수원연극축제는 경기상상캠퍼스의 숲속에서 열린다. 축제사무국이 “숲속의 파티”를 구호로 내세운 이유다. 물론 이 파티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되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거리예술’로 통칭되는 공연예술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숲속의 파티는 요란하고 소모적인 보통의 파티와 달리 품위 있고 우아한 파티가 될 것이다. 이 파티를 더욱 빛나게 할 추천 공연을 들여다보자.
트랑스 익스프레스(프랑스)의 <인간모빌>(Mobile Homme)에서는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광대들이 아찔한 30m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흥겨운 타악을 연주하고, 그보다 더 높은 맨 꼭대기에서는 가냘픈 젊은 여자가 위험천만한 곡예를 펼친다. 이 공연은 간난 아이의 장난감으로 천장에 매달아주던 모빌을 공연의 구조로 이용해 성인 관객까지 넋 놓고 공중의 광대들에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어린아이의 동심으로 끌고 들어간다.
수원연극축제의 무대가 숲이니 새가 나타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나게 될 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새가 아니다. 네덜란드의 거리극단인 클로즈액트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새인 익룡 모양의 인형을 가지고 경기상상캠퍼스의 숲을 찾아왔다. <버드맨>(Birdmen)이라는 이름의 이 거대한 새는 공룡만큼이나 기괴하다. 눈에서는 불이 빛나고 움직일 때마다 소름 끼치는 울음을 내며 어린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를 즐거운 공포와 환상 속으로 빠뜨린다.
비주얼씨어터 꽃의 <마사지사>는 종이를 이용한 마사지를 통해 우리를 신체의 껍데기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껍데기로 남은 또 다른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낸다. 공연예술의 일반적 상식을 파괴한 체험형 공연이다.
축제와 예술이 즐거운 파티가 될 수 있는 건 일상을 잊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다시금 일상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우리 마음을 고양시켜주기 때문이다. 딥틱(프랑스)의 <해체>(D-Construction)는 힙합을 기반으로 한 공연이다. 힙합은 기존 무용을 파괴한 젊은 세대의 고유 몸짓이다. 무용수들은 철망으로 나눠진 무대 위에서 강렬하고 파괴적인 몸짓을 통해 자신의 희망과 분노, 좌절 그리고 용기를 펼쳐 보인다. 그들은 저 철망을 넘을 수 있을까? 유럽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커다란 사회 이슈가 됐으며, 어느 대통령은 다시 높은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우리는 남북이 분단된 채 50년 넘게 살아오고 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철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커스는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다. 그러나 현대 서커스는 단순한 기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예를 이용해 우리 삶을 얘기하려 한다. 극단 서커스 카토엔(벨기에)의 <남과 여>(원제는 ‘동등하게’ Ex Aequo)는 항상 균형을 잡아야 하는 서커스의 기예를 우리의 일상, 특히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접목시킨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인간이기도 하지만 이성으로서 한없이 다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미투운동으로 한층 서먹해진 우리의 남녀에게 <남과 여>는 서커스를 통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