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공개된 백제시대 금동관음보살입상. 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한국조각사의 최고 걸작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에 반출됐던 백제시대 금동관음보살입상이 최근 공개된 사실이 알려지자(<한겨레> 4일치 1·21면),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들은 불상 소장자 쪽과 환수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11년전 이 불상과 함께 충남 부여 규암리에서 나온 금동관음보살입상이 지금 국립부여박물관에 있다. 꼭 한국에 돌아와 부여박물관에 같이 있어야 하는 유물이라고 본다”며 “문화재청과 공조하며 다각적인 경로를 통해 일본의 소장자 쪽과 협의를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이 나서 환수를 위한 교섭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말하긴 곤란하다”면서 “박물관은 오래 전부터 이 불상의 소재와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며 소장자 쪽의 움직임도 살펴왔다”고 전했다. 이어 “불상의 역사적 의미나 가치가 지대하고, 이런 노력도 해온만큼 국가기관이 나서서 환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런 소중한 유물이 영영 일본에 묻히거나 다른 외국으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환수 절차나 방식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실하게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 국보인 반가사유상이나 백제금동대향로에 비견되는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 환수 협상을 벌일 경우 작품 평가액에 대해 여러 국제경매 자료 등을 검토하며 소장자 쪽과 ‘적정가’를 찾는 것이 관건이 되지 않겠느냐고 배 관장은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불상이 출토된 뒤 일본에 건너간 내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에 일본에서 공개된 백제 금동관음상은 규암리에서 다른 금동관음상과 함께 출토돼 일본 헌병대가 보관하다가 경매에서 일본인에게 팔렸고 그뒤 수집가 이치다 지로에게 넘어가 해방 이후 일본으로 반출됐다. 배 관장은 “해방 뒤 이 땅에 남아 부여박물관에 들어간 다른 금동관음보살입상과 애초에 같이 후대의 세상에 나왔지만 인연이 갈라져 이별해야했다”며 “이런 슬픈 역사를 소장자와 함께 교감하면서 논의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윈윈하는 결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고심 끝에 명품을 공개한 소장가의 진정성과 명예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국내 환수를 추진할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장자와 작품 근황에 대해서는 전부터 여러 정보를 파악해왔다”며 “예산 문제도 있어 국립박물관과 함께 소장자 쪽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우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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