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가 ‘진정한 꿈속의 나라’로 묘사한 루체른 시내 전경. 한겨레테마여행 제공
‘진정한 꿈속의 나라’ 낭만파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묘사한 스위스 도시 루체른이다. ‘산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에서 아름다운 알프스 경관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루체른 호수에 달빛이 내려 앉는다. 도시 곳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흐른다. ‘루체른 뮤직 페스티벌’은 그렇게 시작된다.
루체른 뮤직 페스티벌은 1938년부터 이어져 온 최고의 클래식 음악축제다. 세계 최정상 베를린 필하모닉과 오케스트라 꿈의 팀이라 불리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슈퍼스타 솔리스트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니 매년 10만명 넘는 전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이 루체른을 찾는다.
유럽 뮤직 페스티벌 가운데서도 루체른 뮤직 페스티벌이 단연 특별한 이유는 도시 ‘루체른’만의 매력과 역사다. 바그너는 1866년부터 1872년까지 이곳에 머물며 오페라 ‘마이스터징어’ 등을 작곡했다. 페스티벌 초연 역시 1937년 루체른 근교 마을 트립셴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봉을 잡았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당시, 정상급 지휘자들이 발을 옮긴 곳이 바로 루체른이었기 때문이다.
루체른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KKL 문화 컨벤션 센터 내부 모습.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KKL의 음향시설은 최정상급이다. 사진 한겨레테마여행 제공
루체른 현지에서 페스티벌을 즐겨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KKL 문화 컨벤션 센터(Kultur- und Kongresszentrum Luzern)다.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KKL의 음향시설은 최정상급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완벽한 음향을 구현하기로 유명한 KKL은 잔향시간을 조절해주는 반향실, 의자 아래 설치한 공기조절 시스템 덕에 아주 작은 소리도 모든 객석에 퍼지게 한다. 콘서트홀의 무대를 루체른 호수보다 낮게 만들어 호수의 물결 소리조차 들리는 것을 막았다.
루체른 뮤직 페스티벌은 해마다 100개가 넘는 콘서트와 두 개 이상의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교향악의 정점을 찍는다. 곧 펼쳐질 페스티벌 프로그램 역시 화려하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물론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이 리카르도 샤이,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바그너 서곡, R.슈트라우스 죽음과 정화, 베토벤 6번 등을 연주한다.
매년 스타 뮤지션이 자리를 빛내기로 유명한 페스티벌에 올해는 기교 넘치는 실력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유자왕이 찾아 기대를 모은다. 파격적인 의상과 무대매너로 화제를 몰고 다니며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유자왕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이 발표되기도 전, 루체른행 티켓을 끊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한겨레테마여행에서는 8월 23일부터 9박 11일의 일정으로 루체른 뮤직페스티벌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는 피아니스트 조은아가 동행한다. ‘음악적 깊이와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보기 드문 연주자’ 조은아의 해설은 클래식이 낯선 여행객들도 쉽게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도록 돕는다. 낮이면 베른, 취리히 등 근교를 여행하고 밤이면 루체른 호숫가에서 세계 최정상 연주를 감상하며 잊지 못할 낭만적 여름휴가를 보내보자. 정고운 기자/콘텐츠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