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화제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추석에 영화로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아직도 뛰는 가슴 이열치열로 진정시켜 보자. 드라마 속 매력은 영화에서도 뿜뿜한다.
지난 7월 끝난 <김비서가 왜 그럴까>(티브이엔·tvN)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 된 박서준은 추석엔 경찰로 인사한다. 그가 나오는 <청년경찰>이 25일 밤 8시45분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한다. 2017년 개봉작으로, 경찰대 동기 기준과 희열이 납치 사건을 수사하는 코믹 액션극이다. 박서준은 의욕충만 경찰대생 기준을 연기한다. 이론백단 희열은 강하늘 몫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자뻑’에 빠져 산 ‘영준이 이 녀석’의 청춘은 이런 모습일까. 순박하게 웃는 모습,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 그 안에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모습이 꽤 잘 어울린다. 영화의 여혐 논란 등이 있기는 했지만, 박서준의 연기는 빛난다.
밥 잘 사줬던 ‘예쁜 누나’는 해적이 되어 돌아온다. 손예진이 김남길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 <해적>(에스비에스 23일 오후 1시10분)에서 해적 두목 여월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해적과 산적, 개국세력들의 대격전을 그린 영화로, 2014년 개봉했다. 밥만 잘 사주는 줄 알았던 ‘예쁜 누나’의 시원한 액션에 두번 반할지도 모르겠다.
‘유진 초이’라는 캐릭터 이름이 그 자체로 유행어가 된 이병헌. 종영 2회를 남겨둔 <미스터 션샤인>(티브이엔)에서 가슴 절절한 명연기로 ‘그래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는 고민에 빠지게 한 그는 <남한산성>(티브이엔 23일 밤 10시 40분)에서도 시청자를 후벼판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남한산성 속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로, 이병헌은 왕 인조에게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을 연기한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노비 출신 미군으로, 자신을 버린 애증의 조선을 위해 한 몸 바치는데, <남한산성>에서도 그는 조선의 운명을 논한다. 애절한 눈빛, 절제된 감정 연기의 최명길을 보며 어서 추석이 끝나고 유진 초이를 볼 수 있기를 손꼽을지도 모르겠다.
유진 초이 곁을 지키는 미국공사관 역관 임관수(조우진)는 ‘남한산성’에서도 이병헌과 함께다. 조우진표 감초 연기의 감흥은 <부라더>(티브이엔 25일 오전 11시20분)에서 만끽하자. 듬직한 임관수처럼, 집안은 안중에도 없는 석봉(마동석)-주봉(이동휘) 형제를 대신해 종손 노릇을 하는 육촌 동생 미봉으로 나온다.
원작보다 더 잘 만든 보기 드문 리메이크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오시엔)에서 80년대 형사로 나온 박성웅의 코믹감은 <검사외전>(에스비에스 26일 오전 10시50분)에서 습득했나 보다. 악역 전문 배우였던 그는 철두철미해보이지만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거짓말에 무너지는 허당의 모습으로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 코믹감은 <라이프 온 마스>를 빼어난 작품으로 완성했다.
아, 소개하면 할수록, 한해 티브이를 빛낸 그들을 더 떠나보내지 못할 ‘각’이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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