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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사진 수익금으로 동료들 기쁘게 하려고 전시회 열었죠”

등록 2018-10-22 19:29수정 2018-11-19 21:24

[짬] 석불사 주지 경륜 스님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석불사 경내에서 경륜 주지스님이 꽃을 찍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석불사 경내에서 경륜 주지스님이 꽃을 찍고 있다.

서울시립목동청소년 수련관 관장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석불사 주지인 경륜 스님이 22~27일 수련관 갤러리에서 사진전 ‘꽃-검이불루 화이불치’를 연다. 15일 서울 마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석불사에서 스님을 만나 사진과 꽃, 수련관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전시는 수련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열렸다. 마침 스님은 12월에 수련관에서 정년 퇴임한다.

사진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자 뜻밖에 만 배 이야기가 나왔다.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백 원씩 적립하기로 했다. 돈은 내가 낸다. 요즘 백 원은 돈도 아니잖아? 그런데 만 배를 하면 백 만원이다. 그렇게 모아서 필요한 곳에 쓴다. 동네 독거노인을 돕거나 군 부대에 앰프를 보내거나 경찰서 직원들에게 밥 한 끼 사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절을 많이 했다.” 자기 돈인데 그냥 기부하면 되지 않을까? “의미가 다르다. 내가 절을 해서 모으면 보상심리가 있다. 정성이 들어가는 돈이다.” 사진은? “들어보시라. 원래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했다. 주지 일도 하고 관장 일도 해야 해서 다른 사람하고 시간을 맞춰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곤란했다. 그래서 수영, 스쿠버, 스케이트, 인라인, 자전거 등을 모두 즐겼다. 스쿠버는 자격증도 있다. 수시로 만 배도 하고 또 내가 하루에 보통 삼 만 보씩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다리에 무리가 왔단다. 운동을 접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 멀리 가지 않고 절집 안이나 절 근처 한강을 가볍게 걸으며 사진을 찍게 되었단다. “사진을 하니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생기더라. 예전과 달리 필름값이나 현상료가 들지 않아서 좋고 컴퓨터에 쌓아두니 수시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스님은 중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사진 찍는 재미를 붙였다. 뭘 조르면 사주는 부모님이 작은 올림푸스카메라를 사줬는데 자신은 찍고 사진을 인화해서 나눠주는 재미, 친구들은 여러 포즈로 찍히는 재미가 좋았단다. “뭘 주는 것을 좋아했다. 모친도 그랬는데 닮았나 보다. 공부는 등한시하고 너무 사진 찍는데 몰입하다 카메라를 압수당했다. 공부를 하라는 거였지. 그러다가 엉뚱하게 ‘출가해야겠다’면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출가를 결심한 계기를 물었다. “집이 천안인데 부모님이 신자였다. 당시엔 서울과 부산을 오갈 때 교통이 불편해 천안 쯤에서 하루 자고 가야했는데 스님들이 부모님 집에서 자주 주무시고 가셨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밤 9시가 넘어도 자식들을 깨웠다. 스님이 오셨으니 절을 하고 자야한다는 것이다.” 그 시절 경륜 스님은 이렇게 생각했단다. ‘출가를 하면 엄마, 아빠한테 혼도 안나고 절도 받을 수 있겠다. 호랑이는 못 타도 부모절은 받는다. 참 좋겠다.’ 놀기 좋아했던 불교 학생회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깎았단다. 74년 법주사 석암 큰스님한테 수계를 받았다.

목동청소년수련관장 12월 퇴임
수련관갤러리서 27일까지 전시

“찍어 나눠주는 재미에 사진 관심
만배 등으로 다리에 무리 오면서
운동 대신 절집 풍경 찍기 시작”

전시 사진들에 대해 물었다. “꽃이다. 절집 곳곳에 화분이든 정원이든 꽃이 있다. 사진 공부하면서 ‘자신의 주변이 소중하다’고 하시더라. 사진은 습관이 됐다. 길 가다가 꽃이 보이면 예전엔 지나갔을 터인데 이젠 얼른 돌아가서 카메라를 가져온다. 누가 그러죠? 글 쓰는 사람은 뭐가 떠오를 때 글을 쓴다. 사진을 하는 사람도 그렇다. 빛이 좋군…. 그럼 찍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빛? 어디 한낮에 찍어서 사진이 나오겠나? 다리도 좀 안 좋고 해서 여차 저차 접사를 많이 찍게 되었다. 이 사진은 자동차 보닛 위에 떨어진 꽃이고 저건 바위 위에 떨어진 개나리다. 떨어진 꽃도 꽃이다. 여기 나비도 내겐 꽃으로 보여 찍었다.”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는 스님의 눈이 빛났다. “내가 퇴임하면서 수련관 식구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해봤다. 내 꽃사진으로 전시를 하자. 그런데 직원들이 내 사진을 보고 뭐가 기쁠까?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사진을 팔아 직원들에게 주자. 목표액을 천만 원으로 정했다. 만약 5백만 원어치만 팔리면 나머지는 내가 채워서 주겠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기분 좋게 기대하고 있어. 어떻게든 수련관에서 쓸 수 있는 천만 원이 생기니까. 내가 그냥 천만 원을 내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천 만원을 받아 기부하는 것은 역시 절 만 배처럼 경우가 다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스님 사진은 작품(액자 포함) 당 30만 원이고 거기에 사진 도록 한 권과 내년도 달력 한 부도 끼워준단다. 뜻을 헤아린 지인들의 참여로 벌써 목표액의 절반 이상을 채웠단다.

앞으로 뭘 찍을 것이며 정년 퇴임하면 뭘 하려고 하는가? “생활공간 주변에서 생명력을 보고 있다. 돌 틈, 흙 틈에서 뭔가 자란다. 생명은 강인하다. 한강도 좋아한다. 새벽 4시 반 정도에 나가서 슬슬 한강대교까지 다녀온다. 달이 뜬 한강, 미루나무, 의자에 앉아 책 보는 사람, 하모니카 연습하는 사람……. 한강엔 찍을 게 많다. 우리 청소년 수련관엔 아이디어가 빛나는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청소년을 위한 일들은 거기서 잘할 것이다. 퇴임 뒤엔 실버를 위한 일을 하려고 한다. 나이가 드니 그게 보인다. 절집에서 땅을 조금 내어 어르신을 위한 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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