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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완간”

등록 2005-12-12 16:56수정 2005-12-12 17:07

내년 봄 마지막호를 펴내는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97년 창간호 화보.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에 한애규의 작품 <지모신>을 합성해 넣었다.
내년 봄 마지막호를 펴내는 페미니스트저널 <이프>의 97년 창간호 화보.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에 한애규의 작품 <지모신>을 합성해 넣었다.
창간 8년만에…2006년 봄 마지막호 발행 호주제 폐지등 여성운동 큰 성과 “폐간 아닌 완간“…사단법인으로 단장
지난 97년부터 ‘페미니스트 저널’을 표방해온 계간지 <이프>가 내년 봄 마지막 호를 발간하고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한다. 도서출판 이프의 엄을순 사장은 12일 “내년 봄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완간호인 가칭 <이프 앤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폐간’이 아닌 ‘완간’이라 표현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호주제 폐지 같은 여성 운동의 큰 숙제가 해결되고 페미니즘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보편화 된 지금, 페미니스트 저널로서 소명을 일단 달성했다는 판단에서다. 창간을 제안했던 유숙렬 방송위원회 위원은 시대와 독자가 달라졌다는 점을 ‘완간’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처음 페미니즘은 생존의 문제였지만, 지금 페미니즘은 하나의 취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구호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는 설명이다. 완간호를 내면서 그간 잡지를 거쳐간 필자, 기자 등 관계자들은 원고료 같은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고 책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2005년 겨울호
2005년 겨울호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페미니스트저널 <이프>는 ‘웃자! 뒤집자! 놀자!’는 구호를 내걸고 각종 문화비평과 페미니즘 논쟁을 벌여왔다. 이문열의 <선택>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쟁 등 막 싹을 틔우던 페미니즘에 대한 가부장의 반발이 잡지의 출발점이었다. 첫 특집으로 이 잡지는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을 다뤘다. 창간호에서 박미라 초대 편집장은 “오랫동안 남성 욕망과 남성 쾌락의 대상에 불과했던 여성은 이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로 미스코리아 지상파 중계를 저지하고, 지난해 안티 성폭력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지식인 남성들로부터 ‘중산층 엘리트 여성만의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편집장은 “중산층 엘리트들이 할 수 있는 가치전복과 문화게릴라 운동이었고, 문화비평 운동이었지만 중산층인 여성만을 위한 운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함께 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영화감독 김현승, <딴지일보>의 김어준, 탤런트 권해효 등은 이프의 ‘언니들’에게 힘을 준 이들이다. 이프는 완간호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프의 뒷 얘기, 개인적인 소회 등을 다양하게 다룰 예정이다.

1997년 창간호
1997년 창간호
이와 함께 도서출판 이프는 12일 오후 서울 한국의 집에서 사단법인 이프 출범을 위한 후원의 밤을 열어 내년 초 ‘사단법인 이프’(가칭)를 출범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사단법인은 여성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면서 사업의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한다. 엄 사장은 “여성 운동을 ‘블루오션의 시장’으로 만드는 일이 목표”라며 “단행본 사업, 안티 페스티벌, 여성주의 파티, 여성주의 연극 등 일반인들도 스스럼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함께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인물도 영입했다. 연극인 손숙씨가 사단법인 출범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를 집필하고 있는 방송작가 박예랑씨가 공동대표로 함께 참여한다. 15년간 여성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라디오 프로를 진행해온 손숙씨는 “지금 상황에 맞게 여성이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방송 작가 박예랑씨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애쓰려 한다”며 “투쟁에서 참여로, 대항에서 협력으로, 거부에서 소통으로 변하는 즐겁고 신나는 경험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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