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2005대학별곡
가위의 역사가 고약하다. 일제 치하에선 어르신들 틀어올린 머리를 강제로 싹둑, 유신 체제 아래선 청년의 장발을 싹둑, 머리카락도 모자라 사고를 단절하기 위한 각종 검열에서 행해진 가위질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단절과 강압이 응축된 의태어 ‘싹둑’의 서늘함이 대학가엔 아직 배어 있다. 여전히 대학 언론은 탄압받고 있다. 공공연하게 사전검열이 행해지거나 급기야 발행이 강제 중단되는 곳도 있다.
지난 5일 학교의 재정 지원 없이 6번째, 그 가운데 제호도 달지 못한 채 4번째 신문을 찍어내며 다사다난했던 올 2학기를 마감한 동덕여대 신문사. 하지만 자유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갈등은 지난 10월말께 시작됐다. 학교 신문은 손봉호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아 교수 1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을 평가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문제는 응답 교수 90여 명의 반 이상이 낙제점을 줬다는 것이다. 보직교수들까지 거들며 신문 배포를 막으면서 학생들과 거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학 쪽은 여론 조사의 공정성, 전문성을 문제삼으며 새삼 신문사가 지금껏 지키지 않았던 규칙들을 지적하며 주간 교수 사임을 요구했고 신문 발행도 금지시켰다. 광고 수익이 열악하다며 지난 9월 새 학기 신문부터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은 지 두달 만이었고, 그때부터 신문사는 학생들이 모아준 5백여 만원의 기금으로 신문을 발행해왔던 터다.
심지영 편집장은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학내 분열 문제와 관련해, 비판보도를 할 때마다 압박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학의 고충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3차례나 다 완성한 신문을 배포하지 못했다. 대기업 자본이 학교 재단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학내 갈등을 다룬 기사가 기화가 되는 등 세 차례 저마다의 이유로 총장이 신문 배포를 금지시킨 탓이다. 성대 신문사는 총장이 이미 인쇄까지 마친 신문의 배포를 허락하는 권한을 갖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교수가 사설도 쓴다.
물론 다른 대학엔 기상천외한 ‘배포권’이란 게 없지만, 대개들 신문편집, 제작에 관한 전권을 학생 편집장이 행사하지 못하는 한계는 각각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정의, 가치와 학교 안에서 구현되는 것들 사이의 괴리가 주는 답답함도 호소할 곳이 없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에 광고와 제호 없이 신문이 발행됐었다. 광고면을 오용한 주간 교수와 기자단 사이의 갈등 때문이었는데, 결국 해당 교수는 인쇄를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편집장 이하 기자단은 사비를 털어 제호와 광고를 뺀 신문을 찍은 것이다. “매일 밤 11시까지 회의하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결국 주간 교수님은 해임되고 편집장도 함께 사퇴했죠.” 김성규 서울대 학보사 기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폐쇄성이 큰 지방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의 경우,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 대학 언론의 현주소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동덕여대의 심 편집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외적인 압력이나 문제들도 힘들었지만 내부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학생 기자들 스스로 당면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리는 스스로 지키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서울대는 지난해 11월에 광고와 제호 없이 신문이 발행됐었다. 광고면을 오용한 주간 교수와 기자단 사이의 갈등 때문이었는데, 결국 해당 교수는 인쇄를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편집장 이하 기자단은 사비를 털어 제호와 광고를 뺀 신문을 찍은 것이다. “매일 밤 11시까지 회의하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결국 주간 교수님은 해임되고 편집장도 함께 사퇴했죠.” 김성규 서울대 학보사 기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폐쇄성이 큰 지방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의 경우,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 대학 언론의 현주소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동덕여대의 심 편집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외적인 압력이나 문제들도 힘들었지만 내부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학생 기자들 스스로 당면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리는 스스로 지키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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