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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성관계 할수있다” 72.5%…요즘 우리들, 정말 그래요?

등록 2005-12-28 17:14수정 2005-12-29 15:26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2005대학별곡
“남녀 200명씩 총 400명의 응답자 중 75.2%가 ‘나도 혼전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답변 보여”, “동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이라는 질문에 37.5%가 긍정적인 대답 보여” 등등. 최근 제주대신문사와 국민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연구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의 일부다. 지난 4월엔 연세대 신문사 <연세춘추>가 교내 학생을 대상으로 혼전 동거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된 바 있다. 결과는? 역시 긍정적으로 고려한다는 답변이 44.6%였다.

거의 해마다 반복적으로 대학생 성의식 또는 성문화 관련 설문 조사가 전해져온다. 그러나 대개들 대학생들의 성의식 문제를 ‘혼전 성관계’ 혹은 ‘동거’ 문제로 제한시킨다. 설령 깊이 있는 조사가 이뤄져도 사회적으론 흥밋거리로 읽히기 일쑤다.

제주대신문사 편집국장 양호근(언론홍보학 3년)씨는 “요즘 대학생들의 성의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올해는 특히 “교내 콘돔 자동판매기 설치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이런 설문조사를 할 생각을 했다”고 설명한다.

각종 설문 조사의 결과 뒤 반응은 다양하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문제”라며 혀끝을 차는 어른부터 “정말 대학 가면 성 생활이 문란해지냐”는 순진한 고등학생까지. 그 질문의 화살은 마침내 우리에게 돌려진다. “정말, 요즘 우리들 그래요?”

연세대 정아무개(법학 2년)씨는 “설문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우세했지만, 정말 이들이 현실에서도 설문 조사 결과와 동일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전한다. 조사할 때에만 학생들이 과감하게 응답했을 수도 있다는 것. 반면 윤현수(중앙대 경영학 2년)씨는 “요즘엔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기도 할 만큼 대체로 많은 학생들이 성관계에 대해서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다수의 설문 조사 결과에 수긍한다”고 한다.

이런 설문조사에는 언제나 모순된 두 가지 문제가 맞물려 있는 듯하다. 하나는 조사 수치와 관계없이 대개 대학생들은 선정적, 상업적 방향으로 일반화돼 비쳐진다는 것이다. ‘혼전 성관계에 긍정적으로 답한 제주대 학생의 75.2%’는 그저 ‘혼전 성관계에 긍정적으로 답한 제주대 학생’이기 쉽다.

그러면서도 유독 성문제에서만 의식이나 문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견되더라도 좁혀지질 않는다. 제주대 학생들 10명 가운데 7.5명(75.6%)이 교내 콘돔 자동판매기 설치에 긍정적이었으나 결국 교내 설치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성의식에 관한 논의는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해마다 높아지는 수치에만 이목을 집중시켜, 마치 모든 대학생들이 그런 듯이 이야기 하는 건 이제 더는 개그도 아니다.


캠퍼스 커플이 헤어지면 그 중 한 명이 학교를 그만두고야 말았다는 20년 전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건 그때 비하면 2005년은 다를 것이다. 더 자유로워지기도 했겠지만, 과거에 금기시 되어왔던 문제들을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세를 익혔다는 게 더 의미 있다. 그래야 자유와 솔직함에 더해 책임감을 묻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12월, 경북대 북문에서 나홀로 교내 콘돔 판매기 설치를 주장했던 이수열(경북대 졸업생)씨의 외침이 기억 난다. “자연스런 욕구의 표출이 불건전으로 낙인찍히는 억압된 구조 아래에서 우리의 성은 방황하고 있다.” 벌써 일 년 전이다.

이가현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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