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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공결제’ 찬반 논란…학교 게시판이 뜨겁다

등록 2006-01-04 17:03수정 2006-01-05 14:42

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2005대학별곡
‘한국인의 두통약’이란 어느 진통제 광고 덕분에, 두통, 치통과 함께 남세스러운 단어의 대표격이었던 ‘생리통’이란 단어가 이젠 뭇 남성들의 입에도 쉽게 오르내린다. 하지만 실제 진통제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생리통도 많다. 그러니 생리로 인한 결석을 인정해준다는 생리 공결제에 대한 찬반 다툼은 이미 자연이 내정해둔 논란거리다.

올해 중고등학생의 시범실시가 논란이 되었던 데 앞서, 대학가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월경페스티벌’ 등에서 생리 공결제 도입이 주장됐었다. 물론 찬반이 만만치 않다.

경희대는 지난 학기 생리 공결제를 시범운영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생리통이 심해 결석한 여학생은 여학생과에서 발부받은 증명서를 3주 안에 해당수업 교수에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달에 하루, 한 학기 3번으로 제한되는데, 지금까지 90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수들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고, 시범 기간에는 교수 자율에 맡겨져 한계도 뚜렷했다. 학내 구성원 간 갈등도 분명했다. 특히 공결제가 공론화되는 시기가 중앙도서관에 여학생 전용 열람실이 확대되던 시기와 맞물려 남학생들에게 반감을 산 측면도 있다.

물론 모든 여자가 찬성하고, 모든 남자가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난 학기 한양대에서도 총여학생회 선거 운동본부가 생리 공결제를 공약화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는데, ‘여학우’라 밝힌 한 학생은 학교 게시판에서 “생리통으로 강의를 빠질 정도의 여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말 통증이 심한 학생들은 진단서를 떼거나, 진통제를 복용하고 휴게실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소연(경희대 사회과학부 2)씨는 “생리 공결제의 사용 빈도를 떠나, 이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단 한 명이 있다 하더라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소수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제도를 추진했던 경희대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제도의 오·남용을 우려한다”며 “하지만 횟수에 제한을 두기에 남용의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용을 막기 위해선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보완,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 자율제가 아닌 의무제로의 전환, 단대 행정실에서도 결석계를 발부받을 수 있는 간편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대학은 2004년 2학기부터 정식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생채기가 남아있다. 시범실시를 하던 그해 1학기, 특히 많은 남학생들이 생리 공결제을 반대하면서 학교 게시판은 뜨겁게 달궈졌다. 간혹 이성적 논의를 넘어, “그럼 다리 아파서 경영대까지 못 올라가는 학생에겐 택시 보조금이 지불되어야 하느냐”는 의견부터 “남자가 병역의무를 통해 신체적 고통을 겪듯이 여자는 한 달에 한번 고통을 겪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의견 등으로 남학생과 여학생들 간의 인신공격까지 자행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예외없이 이런 비슷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많은 대학이 현재 생리 공결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중앙대는 총여학생회가 생리 공결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부산대의 새 총학생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외국어대는 현재 시범 실시를 하며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는 상태. 대개 총여학생회가 주도하긴 하지만 이는 사회 전반의 여권을 포함한 인권 신장과 맞물려 있다. 제도가 엄연히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에, 제도의 정착은 한편 사회적 성숙과도 연동된다. 논의 과정이 예고편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임지영 <중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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