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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김×× 교수님 +_+ 빡셈…” 강의평가 욕구를 누가 막으랴

등록 2006-01-11 17:53수정 2006-01-11 17:56

김지수 <서울예대학보> 기자
김지수 <서울예대학보> 기자
2005대학별곡
‘비추 교수님 베스트5’ ‘초급 일본어 김×× 교수님 빡셈’ ‘신화와 영화 김×× 교수님 +_+’…. 대학생 생활 사이트에 올라온 강의 평가 글의 제목들이다. 학교 주도의 비공개 강의 평가를 떠나 최근 자발적이고 실제적인 학생 주도의 강의 평가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다른 양식의 강의 평가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기존 평가의 형식이 문제다. 건국대 김진화(경영학부 1년)씨는 “강의 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을 열람할 수 없고 그러면서도 결과는 비공개라 수업에 대한 학우들의 평가를 정작 공유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질문도 형식적이다. 교원 관리를 위한 정형화된 질문에 ‘(매우) 그렇다, 아니다’로 나열되는 객관식 문답에 할 말 많은 학생들은 그저 속앓이만 할 뿐. 연세대 조성호(사학 3년)씨는 “휴강을 자주 하느냐는 질문으로 수업의 질을 알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다.

천편일률적인 질문은 ‘퐝당 시츄에이션’을 낳기도 한다. 서강대 김성준(영미문화 3년)씨는 “고대 역사를 다루는 수업에 최신 이론이 잘 소개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와 난감했다”고 전한다. 결국 같은 질문지를 반복해서 보다 지루해진 학생들은 따발총 클릭으로 웬만한 선에서 평균치를 부여한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평가를 원한다. 전북대 박지민(무역학 3년)씨는 “총학 홈피에 강의 평가실을 마련해 결과를 공개하고 학우들이 수강신청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한다. 건국대는 지난해부터 ‘케이케이유(kku) 라이프’(건국대 생활정보사이트)에서 지난해부터 실명 대신 아이디를 공개한 강의 평가를 실시했고 이를 권장하기 위해 참가자에겐 도토리(인터넷 재화) 다섯 개씩을 주기도 했다. 반응이 좋아 현재 누적된 글이 1400여건에 이른다.

연세대 문과대에서도 자체 강의 평가가 이뤄진다. 조씨는 “실명에 주관식이고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평가 항목을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강의 계획서가 수업 전에 미리 나와 있었나’처럼 세세한 질문부터 ‘수업에서 성차별적이거나 성폭력적인 언행이 있었는가’처럼 정치적인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정보의 신뢰성을 묻는 질문에 ‘이화이언’(학생 중심의 이대 홈페이지)의 전 운영자 강유선(경영학 3년)씨는 “아이디가 공개돼서 비방이나 악플은 거의 없다”며 “한 졸업생은 자신이 들었던 명강의를 전수해줘 감동을 주기도 했다”며 정보의 질을 보장했다.

학교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 서강대는 지난해 두 번째로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 에세이”를 공모했다. 기계적 강의 평가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강의법을 소개하며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수업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 수상자인 서강대 오선정(사학 4년)씨는 “에세이에 담았던 수업에선 역사를 역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학우들이 이 수업을 들었으면 했고 이런 수업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응모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상품으로 유에스디(USD)를 걸었다. 강의 평가제는 학생들을 성적 열람 제한으로 채찍질하지만 이들은 도토리와 유에스디를 당근으로 유도한다.

강의 평가제는 한번 닫히면 그 기능이 끝나는 문과도 같았다. 클릭하고 닫으면 다시 열어볼 수 없는 창. 하지만 이제 그 문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학기의 마무리 수업평가는 다음 학기의 수강신청으로 이어지고 졸업생의 경험이 재학생의 선택으로 전수된다. 이들의 살아 있는 강의 평가가 서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지수 <서울예대학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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