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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 풀수거’ 혜민 논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록 2020-12-07 13:30수정 2020-12-07 18:53

[이글스(e글s)] 혜민 스님 논란
조계종, 신부와 달리 승려 노후대책 거의 없어
“사후에 재산 종단 귀속” 유언장 쓰도록 강제
미 국적·군 면제 불구 한국서 영리활동 논란
책·강연서 내세운 삶과 다른 욕망 추구 비판
종단 내 진보인사도 “범죄 아닌데 비난 과도”
혜민 스님 사진 김태형 기자
혜민 스님 사진 김태형 기자

♣‘이글스’(e글s)는 인터넷을 달군 문화계의 여러 사안에 대해 <한겨레> 문화부 기자들이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시각으로 차분히 되짚어 보는 꼭지입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로, 청년들의 인생 멘토로 꼽혔던 혜민 스님(47)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방송에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자택과 명상앱 사무실을 공개한 후 현각 스님과 대중의 호된 비판을 받으며 “대외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나, 최근 미국 뉴욕 아파트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저서와 강의에서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는 ‘무소유’와 ‘마음 치유’를 내세웠고, 이를 통해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혜민 스님이기에 일반인들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더 컸다.

혜민 스님 논란의 중심에는 ‘종교인의 재산 소유’에 관한 대중의 엇갈리는 시선이 존재한다. 과연 승려들이 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비정상적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조계종 승려들의 경우, 생활비나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에 공찰(종단사찰)에서 평생을 보내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주지를 마련한다. 따라서 혜민 스님처럼 경제력이 있는 승려들은 개인 주택을 소유 혹은 임대해 살거나 사설 사암(개인사찰이나 암자)을 확보한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 승려들은 도반의 절이나 집에 신세를 지거나 값싼 농가 주택을 빌려서 산다. 같은 독신자임에도 교회에서 최후까지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등 노후를 책임지는 가톨릭 신부와 달리 조계종 승려들은 노후보장이 되지 않는다. 조계종은 연금 보조 신청을 한 스님들에 한해 지난해 처음으로 개인당 3만6천원을 지원하기 시작할 만큼 노후보장 시스템이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승려들의 노후는 현 조계종단의 숙제로, 각 교구와 수좌(선승)회 차원에서 노후 집단 거주시설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혜민 스님 페이스북 갈무리
혜민 스님 페이스북 갈무리

조계종은 승려의 개인 재산이 사후에 종단으로 귀속되지 않고 민법에 따라 속가의 조카 등 친척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1년 종단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개인 명의 재산을 취득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07년부터는 사망·환속 때 개인 명의 재산을 종단에 출연한다는 유언장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조계종은 승려들이 10년마다 거주지 등을 보고해 승려증을 갱신받는 분한신고 때를 비롯해 수계, 각종 고시 응시, 법계 품수, 주지 품신 때 이런 유언장을 제출해야만 통과시켜 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혜민 스님도 삼청동 주택을 조계종단에 등록했으며, 사후 혹은 환속 시 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킨다는 유언장도 올해 3월~10월까지 실시한 분한신고 때 제출해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 조계종은 애초 절을 만든 승려의 상좌들이 계속 주지를 할 수 있도록 창건주 권한을 주어 개인 부동산의 종단 귀속을 유인하기도 한다.

2012년 출간된 혜민 스님 저서
2012년 출간된 혜민 스님 저서

혜민 스님에 대한 비판은 표면적으론 ‘남산 뷰·뉴욕 리버 뷰 주택’이지만, 그것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대중은 혜민 스님이 ‘하버드 출신’임을 내세워 무려 300만부 이상을 판매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책과 강연에서 내세웠던 삶과 달리 소유와 욕망을 추구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비판한다. 또 혜민 스님은 <멈추면…>으로 주목받던 2012년 트위터에서 워킹맘에게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주라”고 조언했다가 반발을 사는 등 열광 팬만큼 안티 팬도 키웠다. 미국 국적을 취득해 군 면제를 받고도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마음치유학교에서 남녀 만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거나 명상앱을 출시해 ‘사업’에 나선 것도 비판을 부추겼다. 그러다 방송에 공개된 주택이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 이번 사태의 결정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회원이 300만에 이르는 네이버의 한 카페 한 회원은 “처음엔 훌륭한 스펙임에도 속세를 떠나 감동스러웠는데 초심을 많이 잃었더라”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개인적으로 부자인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부를 축적하지 않을 이미지로 인기를 얻어 경제적 이득까지 취한 게 문제 아니냐”고 했다. 혜민 스님이 지난 2014년 북 콘서트에서는 ‘돈을 삶의 중심에 두면 불행해진다’고 강연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회원은 “화려한 학력과 훈훈한 외모에 집중했던 대중들이 그냥 스스로 만든 캐릭터에 스스로 화를 내는 모양새”라고 했다.

혜민 스님이 출연해 남산 뷰 주택으로 논란을 촉발한 &lt;티브이엔&gt;의 &lt;온앤오프&gt; 갈무리
혜민 스님이 출연해 남산 뷰 주택으로 논란을 촉발한 <티브이엔>의 <온앤오프> 갈무리

불교계에선 혜민 스님이 수행자다움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매스컴 및 유튜버의 비판이 마녀사냥으로 흐른다는 반박이 만만치 않다. 종단 권승들을 비판해온 진보인사마저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은 “살인이나 강도 등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여자 문제나 불륜 같은 사안도 아닌데 과도하다”고 말했다. 전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도 “이게 파렴치범처럼 매도할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승려들이 산사로 쫓겨간 영향으로 50여년 전 법정 스님이 책을 내고 민주화운동 등 사회활동을 나설 때도 불교계에서 “중이 속세인처럼 뭐하는 짓이냐”는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산사에만 갇혀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승려들에게 젊은이를 비롯한 대중과 폭넓게 만날 것을 권장할 만큼 시대도, 불교계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조선시대 기준으로 승려의 활동을 재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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