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생존, 남북 두루 나서야”
총련계 조선인 학교를 배경으로 분단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통일과 교육권을 이야기한 다큐멘터리 ‘나는 가요 - 도쿄 제2학교의 여름’편이 잇따라 상을 받고 있다. 일본 도쿄 고토구 에다가와에 있는 조선 제2초급학교는 2003년 12월부터 토지 반환을 요구하는 도쿄도와 지난한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도쿄도의 소송으로 폐교 위기에 놓인 이 학교는 1940년 당시 쓰레기소각장 부지였던 에다가와로 쫓겨난 1천여명의 재일동포들이 세운 배움터다. 박기홍 피디는 이 조선학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다큐멘터리로 담아 지난해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함께 시상한 ‘제11회 통일언론상 대상’, 대한와이더블유시에이연합회가 주관하는 ‘제10회 올해의 좋은 TV프로그램 대상’을 받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뽑은 ‘9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엔 방송위원회에서 주는 ‘2006 방송위원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5년 9월11일에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소소한 일상과 현실을 전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박기홍 피디는 “방송 마지막에 ‘우리는 정말 어느 나라의 아이들입니까?’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여전히 그 누구도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북쪽과 남쪽의 조국이 발벗고 나서지 않는 한 학교의 생존 문제는 미지수다. 그래서 박 피디는 수상소감 대신 “학교에 중요한 변화를 줄 재판이 종결될 시점에 후속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기홍 피디는 92년 에스비에스에 입사한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줄기차게 다루어온 연출자다. 특히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출을 맡으며 ‘한국 기혼여성의 피임과 낙태보고서’ ‘감추고 싶은 성-이혼, 재혼가정의 가족만들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나라의 권력 이면을 파헤치는 작업이다. 그는 “미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질타를 받게 된, 인권 침해와 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이은 수상은 앞으로도 그가 시청률에 휘둘리지 않고 뚝심 있게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격려가 될 듯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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