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SOS·비납세자 추적 등 ‘공익 프로’ 진행…정신학 공부하기도
“차라리 복지사가 될 걸 그랬습니다.” 지난 6일 에스비에스 <긴급출동 SOS 24>에 이어 한국방송 2텔레비전 <좋은 나라 운동본부>까지 맡아 공익프로그램 진행자로 두각을 나타내는 개그맨 윤정수를 만났다. ‘우리 사회는 윤정수가 지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도는 요즘이다. ‘윤정수의 재발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교양프로 진행자로서 빛을 보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개그맨들에 비해 큰 인기는 없었던 것이 비결이랄까요. 저한테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오히려 주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저는 편안한 진행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긴급출동 SOS 24>는 폭력에 내몰린 사람들을 구조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아이들과 정신지체장애인을 대할 때다. “현장에 가보면 정말 숨이 막히는 가정 폭력에 직면할 때가 많습니다.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논란이 있어도 당장 구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녀간의 문제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한 철칙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구해내도 그때뿐, 남편을 버릴 수 없다며 다시 돌아갑니다. 당사자가 마음을 굳히지 않는 이상 도와 줄 수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구조한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껏 44 가정을 다루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해결해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을 계속 챙길 순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고민은 윤정수를 변화시켰다. 정신분열증이 있던 한 어머니가 약물치료로 낫는 걸 보고 그는 정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이 될 집터까지 봐놓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가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누가 관심을 가져주겠습니까.” 선뜻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 데는 청각장애가 있는 어머니가 큰 이유다. “어머니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장애라는 단어가 늘 마음에 걸립니다. 그 경험을 살려 더 잘하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결혼한 후 어머니와 갈 곳 없는 이들을 모시고 함께 사는 게 그의 소원이다.
공익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현장에서도 웃을 일이 없다. 20, 30명의 스태프들이 우울증 증세를 겪기도 했다. 진행하는 윤정수도 한동안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시달렸다. “단체에서 항의도 오고, 말을 바꾸는 주인공들도 있고, 제작하는 사람은 정말 힘듭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원한다면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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