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닥터깽’으로 주목받는 배우 김정태…영화계 잔뼈 굵은 조연
오광록, 김학철 등 조연진이 탄탄한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닥터깽〉(극본 김규완, 연출 박성수)에서도 요즘 유달리 주목받는 조연이 있다. 바로 강달고(양동근)가 몸담았던 조직의 ‘넘버 쓰리’, 조장식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정태다. 극중 돈과 권력에 욕심 많은 야비한 조직폭력배의 모습을 코믹하게 소화해 드라마의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악역이지만 미워하는 분들보다 반가워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역은 애초에 그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정태보다 더 자연스럽게 조폭 연기를 할 사람은 없다”는 박성수 피디의 신임이 있었다. 그는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쓰리’라는 인물을 재창조”했다. “원래는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달고 옆에 너무 무거운 인물이 있는 것보다는 가볍게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방송 뒤 “그 뒤는 알아서 하라”고 말할 만큼 제작진은 흡족해했고, 그 역시 “지금까지 쓰리를 연기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다”고 한다. “맛있겠다, 구워봐라” “돌아가시겠단다. 세팅해드려라” 등 〈닥터깽〉의 ‘어록’으로 꼽히는 그의 대사도 모두 즉흥이다. “기본 내용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만듭니다.” “연습을 하면 상투적이 될 것 같아 대본을 보고 떠오르는 대로 연기를 한다”고 한다.
브라운관엔 〈폭풍 속으로〉에서 박상면의 비서역에 이은 두 번째 출연이지만, 영화에선 꽤 잔뼈가 굵다. 1999년 오디션으로 〈이재수의 난〉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친구〉 〈해적, 디스코 왕 되다〉 〈똥개〉 〈우리형〉 〈강력3반〉 등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조폭 연기를 많이 한 탓에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영화가 끝날 때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보자고도 하고, 우연찮게 두목 집에 끌려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그의 연기에 스며들었다. “〈똥개〉의 진묵은 그 중 한 명을 모델로 삼아 연기했습니다.” 〈닥터깽〉을 하면서는 지금껏 했던 조폭연기의 전형성에서 벗어나보자는 의도로 특정한 인물을 모델로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닥터깽〉이 끝난 후 가을쯤 몰락한 부잣집의 철부지 둘째아들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코믹 연기를 하고 싶던 찰나에 재미있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일찌감치 선택했다. “35살. 실패도 좌절도 맛본 나이입니다. 시간이 있고 때가 있다는 것을 세월을 거치면서 터득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제가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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