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 운전해~ 어서~”
겉멋에 대한 우스개 시원한 쾌감
겉멋에 대한 우스개 시원한 쾌감
MBC ‘개그야’의 ‘사모님’ 인기몰이 김미려 김철민
문화방송 〈개그야〉 ‘사모님’의 힘은 온갖 우아함을 떨다 엉뚱한 주문으로 뒤통수를 치는 ‘사모님’ 김미려(24)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김기사’ 김철민(22)이 그 반전을 묵묵하게 뒷받침해 준다. “김기사, 운전해~ 어서.” 과장하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은 콧소리에 허영기를 버무려 넣은 김미려는 쌍둥이빌딩 가운데 누가 동생인지 확인해 보라는 둥, 백화점 명품 코너에서 곱창을 사오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늘어놓는다. 자기의 코고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누구세요”라고 묻는 김미려는 일상적인 겉멋에 대한 시원한 비웃음, 권력을 쥔 사람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쾌감마저 준다.
지난달 31일 만난 김미려와 김철민은 서로 지분거리면서도 죽이 잘 맞았다. 김미려는 취한 듯한 억양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무장해제시켰다. “무식하고 엉뚱하고…. 제 모습하고 비슷해요. 노력한 거 없어요.”(김미려)
“그때 만약 학교를 땡땡이치지(빠지지) 않았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김미려가 개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해 4월 홍대 선술집에서 컬투의 김태균을 보는 순간 “이것이 운명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그전에 굳은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개그가 하고 싶다”는 말이 술술 나오는가 하면 그 다음날 명함을 가지고 컬투를 찾아갔다. 대학로에 있는 공연장 컬투홀에서 김철민도 만났다.
“(철민을 보며) 누가 보조 역할을 하고 싶겠어요. 카메라가 잘 안 잡아서 그렇지 철민이 표정 하나하나가 끝내줘요. 얘가 없으면 사모님도 없죠.” 언제 띄워줬나 무색하게 “그래도 사이는 안 좋다”고 말을 돌린다. “아이디어 때문에 많이 싸워요.” 이런 식이란다. “누나 이 아이디어 어때?”(철민) “별로.”(미려) “그럼 누나가 아이디어를 내봐.”(철민) “내가 언제 아이디어 안 냈어.”(미려) 티격태격하지만 뒤끝은 없다고 한다.
김미려는 ‘사모님’이 지상파에서 맡는 첫 코너다. 그전에 컬투와 함께 ‘하이봐’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앨범을 내놓았다. 고교 때 밴드 활동을 해 음악도 꿈꿨다. “솔직히 ‘하이봐’가 성공했으면 개그 안 했을지도 모르죠.(하하)”
김미려는 재주도 인기도 많았다고 한다. 고교 축제 때 신파극을 만들었는데 홈런을 쳤다. “제가 나쁜 짓은 안 했어요. 그냥 공부만 안했을 뿐인데 학교에서 사고 친다고 자꾸 집에 전화해서….” 김철민은 고1 때까지 축구를 했다. 선배가 자꾸 때리는 바람에 그만둬 버렸다. 이후 〈개그야〉에서 ‘혼자 해’라는 꼭지를 만들기도 했는데 석달 만에 막 내렸다.
“나중에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미려) “전 개그 한 우물만 파려고요.”(철민) 상황이 어찌 돌아가건 둘은 자신들의 재능을 믿는다고 말한다. “이 험한 세상 절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요.(웃음)”(미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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