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로 상 휩쓸고도
자신 연기 못 미더워
이번엔 뻔뻔한 바람둥이역
배우로 최선…평소엔 평범해요
자신 연기 못 미더워
이번엔 뻔뻔한 바람둥이역
배우로 최선…평소엔 평범해요
tvN 미니시리즈 ‘하이에나’ 주연 오만석
“작품마다 줄타기하는 것처럼 위태위태해요. 떨어지면 할 수 없죠, 지금은 줄타는 걸 즐길 수밖에.”
9월29일 채널 티브이엔의 개국 기념 미니시리즈 〈하이에나〉(극본 이성은, 연출 조수원) 촬영 현장에서 만난 배우 오만석(사진)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2000년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연극 〈이(爾)〉의 공길 역으로 신인연기상을 받고 2005년 뮤지컬 〈헤드윅〉으로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 인기스타상을 거머쥔 이 배우는 “늘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무인시대〉 〈신돈〉 〈포도밭 그 사나이〉 드라마 3편으로 스타가 된 것이 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극원 1기 출신인 오만석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일찌감치 알려졌다. 러시아 연출가와 공연을 하고, 안애순 현대무용가의 추천으로 평양에서 가극을 하는 등 돈 주고도 못 살 기회도 얻었다.
‘만짱’이라는 별명의 뮤지컬 스타이면서 지난 9월 종영한 〈포도밭…〉으로 드라마에서도 톱스타 자리에 오르기까지 좌절도 실컷 해봤다.
“연기가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어요. 연기를 정말 못했어요. 선생님이 불러서 연기실습 과목에 디(D)학점을 줄까, 에프(F)를 줄까 물어봤을 정도였어요. 10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자고 마음먹은 지 5년 후에 〈이〉로 신인상 받았고 10년째에 〈헤드윅〉으로 대상 받았어요.”
그래도 “전체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거나 순간순간 몰입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불안해 죽겠다”며 아직도 자신의 연기를 영 못 미더워하고, 신랄하게 평가하는 사람이 오만석 자신이다.
〈포도밭…〉에서 오만석은 소박하고 착한 택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연극과 뮤지컬에서 갈고 닦은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윤은혜의 남자’로 시작해 ‘오만석의 드라마’로 보기 좋게 마무리했다. 〈포도밭…〉 촬영 내내 그는 충북 영동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가끔 아내와 공연을 보러 서울로 온 것 외에는 마을 사람들과 고스톱을 치며 밥을 먹었다.
“삶의 정서를 이해해야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사투리조차도 영락없는 시골사람이었다. “충북 영동이 전라도와 강원도, 경상도의 접경지역이니 여러 곳의 느낌이 섞인 사투리를 구사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이에나〉는 〈포도밭…〉 방영 전에 이미 계약된 작품이다. 〈포도밭…〉으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섰지만 망설임 없이 그대로 출연한다고 했다.
“번복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죠. 극중 진범은 완벽하고 뻔뻔한 바람둥이라서 시청자들이 미워할 수도 있는 역이고요. 하지만 욕먹는 캐릭터에도 한번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만석은 〈하이에나〉로 〈포도밭…〉의 택기 같은 순한 역만 어울리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직은 감이 잘 안 온다면서도 극중 진범의 버릇처럼 인터뷰 내내 무의식적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인터뷰가 끝난 뒤 오만석과 사람 많은 분당 번화가를 걷자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알아보고 몰려들었지만, 몸을 움츠리지도 않았다. 누가 볼까 짧은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여느 스타들과는 많이 달랐다. 주위의 시선이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연기를 할 때는 열정을 다하는 배우이지만 그 외의 시간엔 평범한 사람일 뿐이에요. 인기가 아닌 연기에 연연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자세겠지요.” 그러곤 조심스레 덧붙인다. “배우로선 최선을 다할게요. 그러나 삶이 귀감이 되는 그런 사람은 못되니 배우가 아닌 인간 오만석은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요.”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하이에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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