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서 동성애자역 뮤지컬 배우 신성록…신입답지 않은 연기 주목
뮤지컬 배우 신성록(25)이 첫 드라마 주연작 <하이에나>에서 동성애자 석진 역을 차분히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깔끔한 대사 처리와 깊이 있는 표정 연기로 동성애자를 거부감 없이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30살 이하의 나이로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인공을 맡는 등 무대를 섭렵해 온 이 남자의 브라운관 도전은 어땠을까? 지난 15일 만난 신성록은 “초반보다는 머리를 조금 덜 쥐어뜯고 있을 뿐”이라며 고뇌를 표현했다.
신성록에게 석진은 쉽지 않은 선택이긴 했다. 18살 이상 관람가에 케이블 방송의 자유로움은 석진을 그렇고 그런 가십 캐릭터로 끌고갈 우려가 컸다.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에 쏟아지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의외로 신성록은 그런 어려운 조건에 끌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역할을 선호합니다. 밝고 유쾌한 인물들 사이에서 홀로 고민을 품고 사는 석진은 도전하고 싶은 욕심을 일으켰습니다. 뻔한 동성애자 연기를 하지 않으려 <메종 드 히미코> <브로크 백 마운틴> 등을 보고 연구하면서 드라마 연기의 맛도 알게됐습니다.” 다재다능한 석진을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매력적인 남자로 만드는 데 가장 신경썼다고 한다.
그가 첫 도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던 데는 뮤지컬에서 닦아온 실력이 한몫했다. 그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이 “무대를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허리를 다쳐 농구선수를 그만두면서 연예인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고도 배역 선정에서 밀리는 등 상처를 받으면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습니다.” 직접 인터넷을 뒤져 찾아간 뮤지컬 <모스키토>의 오디션을 시작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 <드라큘라>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데뷔 2년 만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무대가 나의 원동력”이라는 그는 <하이에나>가 끝나면 <김종욱 찾기> <댄싱 섀도우>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성록은 피디들 사이에서 잔 계산 하지 않고 정직하게 달려왔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스타가 아닌 배우가 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꾼” 이 남자가 앞으로 부딪혀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연기 잘하는 것만으로 기회를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언젠간 트렌디 드라마에 출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무대를 오가며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슬픔을 안고 사는 석진 역에 빠져들어서일까? 스물다섯의 이 어린 배우의 한마디에는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이 묻어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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