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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국민엄마’ 열정 뿜어낼 작품이 고파요

등록 2006-12-13 21:18

김해숙
김해숙
33년 연기 ‘소문난 칠공주’의 김해숙

‘국민 엄마’, ‘한류 스타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전혀 낯설지 않다. 연기자 김해숙(50). 그는 이제 안방 드라마의 어머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됐다. 세상에는 참 많은 어머니가 있듯 김해숙이 연기했던 어머니의 인생도 넓고 다양하기만 하다.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부모님 전 상서〉, 〈별난 여자 별난 남자〉, 〈장밋빛 인생〉 따위의 가족드라마에서 김해숙은 늘 어머니란 하나의 이름으로 연기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들을 죽인 원수를 아들로 받아들이는 강한 어머니를 연기한 최근 영화 〈해바라기〉도 기분 좋게 순항중이다. 그는 “작품마다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하나하나 짚어보면 허투루 만들어진 캐릭터는 없다. 〈부모님 전 상서〉에서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음치’인 순수하고 평범한 어머니를, 〈천국보다 낯선〉에서는 20대 후반에서 세월이 멈춘 치매 걸린 어머니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딸을 두고 도망 나와 회한에 빠진 엄마로 나온 〈장밋빛 인생〉에서는 전날 라면을 먹고 퉁퉁 부은 얼굴을 만들어 식당 바닥에서 뒹굴며 찍은 눈물신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본 속 지문에는 ‘울며 뒹군다’라고만 쓰여 있었지만, 내가 이 인물이라면 외모도 그렇고 ‘나 같은 건 죽어야 해’라고 울부짖을 때 옆에 놓인 탁자에 머리를 찧을 것 같았어요.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응이 뜨거워 놀랐는데, 촬영 날엔 퉁퉁 부은 얼굴 때문에 거울 보고 놀랐죠.(웃음)”

‘가을동화’에서 ‘해바라기’까지 매번 새로운 어머니 캐릭터 창조
“살 빼겠다고 했더니 엄마 모습 잃는다며 말리네요”

김해숙
김해숙
말썽 많은 네 딸의 어머니로 분한 〈소문난 칠공주〉(한국방송)에서도 김해숙의 안정적 연기는 빛을 발한다. 〈소문난 칠공주〉는 〈주몽〉(문화방송)과 함께 올해 시청률 40%대를 기록한 인기 드라마다. 그러나 불륜, 시한부 인생, 출생의 비밀을 버무리며 억지스러운 전개로 빈축을 사더니, 최근에는 이달 말 막을 내리는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위해 캐릭터들이 본디 성격을 잃고 끼워맞추기에 바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지만 ‘엄마’ 김해숙은 변함없는 캐릭터를 유지하며 바람 잘 날 없는 ‘칠공주 가족’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자극적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진실한 얘기이기도 해요. 드라마가 모범이 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더한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그는 〈소문난 칠공주〉를 이렇게 두둔했다. 연장 방영으로 작품이 흔들렸다는 시청자 의견에 대해서는 “초반 시청률이 좋았던 탓에 30회 연장은 미리 예정됐던 일”이라고도 말했다.

1974년 문화방송 공채 7기로 시작해 올해로 연기생활 33년째인 김해숙은 10여년 전만 해도 사업 실패로 차비도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다 털고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이 7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핑 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느끼지 못하다가 어려울 때 깨닫잖아요. 나도 그랬어요. 가족드라마가 인기 있는 건 이런 삶과 깨달음이 담겨 있어서겠죠.”

김해숙은 김혜자, 정혜선, 고두심, 나문희 등 안방드라마 어머니 계보를 이어받으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어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 위주로 만들어지던 드라마들이 숨은 공신인 어머니들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도 나이에 상관없이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이 배고프다고 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작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메릴 스트립처럼 자신의 숨은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배역을 기다리는 중이다. “어머니 역할이 좋아요. 그 이름 아래서도 나를 끌어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 계속 하고 싶어요.”

몸뻬바지, 통치마 같은 허름하고 편한 옷에 몸을 맡기고, 남은 반찬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먹는 극중 평범한 어머니들을 연기하다 보니 그도 어느새 변했다. “언젠가부터 부쩍 살이 쪘어요. 주변 사람에게 살을 빼겠다고 했더니 엄마 모습이 없어진다고 빼지 말라고 해서 고민이에요.(웃음)”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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