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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천재의사의 위험한 야망 ‘뚜벅뚜벅’

등록 2007-01-03 17:30수정 2007-01-04 14:23

‘하얀 거탑’ 촬영 현장
‘하얀 거탑’ 촬영 현장
‘하얀 거탑’ 촬영현장
야마자키 도요코의 소설 <하얀 거탑>(문화방송 토·일 밤 9시40분)이 국내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6일부터 전파를 탄다. 1978년과 2003년 두 차례나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년 남짓 준비 끝에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영화 <국경의 남쪽>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등이 호흡을 맞춰 원작 소설에 가까운 작품으로 만들 예정이다. 지난 27, 28일 이틀간 촬영현장을 찾았다.

‘하얀 거탑’
‘하얀 거탑’
일본 의학드라마 리메이크
14억 들인 세트장 실제 방불
의사들이 대본자문도
“우리 삶 보는 듯 할겁니다”

원작의 진정성을 좇는다= 경기도 이천. 철수한 외국 기업의 한 물류 창고에 500여평의 대학병원 내부가 펼쳐진다. 갖가지 의료장비며 약품들이 갖춰져 간단한 수술은 거뜬히 소화할 태세다. 들어서는 순간 움찔하게 되는 수술실에는 2천만여원을 들여 만든 사람 모형이 누워 있다. 촬영이 없는 순간에도 집도의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복도 전광판이 진짜 병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익현 제작피디는 “세밀한 촬영을 돕기 위해 14억원을 들여 세트를 지었다”며 “주인공의 집, 와인바 등 드라마의 주요 장소도 이곳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얀 거탑>은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한 천재 외과의사의 야망을 향한 질주와 종말을 그린 작품이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려 했던 장준혁(원작: 자이젠, 김명민 분)이 암이라는 신의 얄궂은 장난 앞에 무릎을 꿇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의 헛됨에 날카롭게 메스를 댄다. 처음으로 메디컬 장르에 도전한 안판석 감독은 “소설이 갖고 있는 극성과 진정성에 놀랐다. 화려한 장치나 볼거리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소설의 특성을 살려 사실적인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60년대에 나온 소설을 현실에 맞게 조립하면서 병원 내 비리 등의 민감한 부분도 그대로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의 진정성에 다가가겠다는 드라마는 세밀한 부분까지 담아내려 카메라 두 대를 동원해 고군분투 중이다. 주인공 장준혁 역의 김명민을 비롯해 최고의 전문의를 표현하기 위해 1분도 안 나올 장면을 1시간째 찍고 또 찍고를 반복한다. 장준혁의 스승이자 위암 수술의 권위자 이주완(원작: 아즈마) 역의 이정길은 “수술 장갑을 착용하는 장면에서도 여러 번의 엔지를 냈다”며 “행동 하나하나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탓에 시청자들이 모르는 부분이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안판석 감독은 “실제 의사들로 꾸려진 자문단이 대본을 검토하고, 간호사 역은 실제 간호사를 출연시켜 가운을 입는 세밀한 부분까지 살폈다”고 했다.

대본에 나온 췌장암 1㎝도 그대로 재현해 “관념적 리얼리티가 아닌 실제적 리얼리티를 살려” 드라마의 사실성을 추구한 제작진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4일 오전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MBC 새 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장준혁의 애인 역을 맡은 김보경의 어깨끈이 자꾸 흘러내리자 부끄러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4일 오전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MBC 새 주말드라마 ‘하얀거탑’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 장준혁의 애인 역을 맡은 김보경의 어깨끈이 자꾸 흘러내리자 부끄러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소설 <하얀 거탑>은 의사들의 삶을 다루지만 초반은 정치 드라마에 가깝고 중반 이후는 법정 드라마의 성격을 지닌다. 드라마에서도 천재적인 능력과 권력욕을 가진 외과 조교수가 교수가 되기 위해 펼치는 정치판 못지 않은 암투와 의료사고 이후 시작되는 법정 공방이 중반 이후 펼쳐진다.

지난 28일 4회분의 촬영을 끝낸 김명민은 “초반에는 교수 선발을 위한 탁상공론이 이어져 지루할지도 모른다”면서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복잡한 내면을 강한 눈빛과 절도 있는 손동작으로 표현해 긴박함을 더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끝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욕망을 불태우지만, 장준혁의 천재적인 의술은 존경스럽다”며 시청자들이 연민을 느끼는 인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준혁이 교수 이주완의 방에서 교수추천서를 몰래 뒤지는 장면을 찍던 안판석 감독은 “결국, 이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삶의 우여곡절이 다 들어 있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도 들여다보게 되지. 모든 드라마는 결국 좋은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 아닌가. 이 드라마도 그렇게 우리를 다듬는 좋은 방향으로 흘렀으면 좋겠어.”

소설의 말미에서 자이젠(장준혁)은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암센터를 바라보다 문득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다. 그게 가장 순수한거니까.” 그리고 또 이렇게 묻기도 한다. “욕망을 버리지 않는 일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 <하얀 거탑>은 이기와 탐욕으로 점철된 인간의 욕망을 신랄하게 보여주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순수하고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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