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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김희애 “부나방처럼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죠”

등록 2007-04-23 11:47

SBS '내 남자…'서 도발적 불륜에 뛰어든 화영 역
"처음엔 너무 나쁜 여자 같아 대사 뱉기도 겁나"

"처음에는 너무 나쁜 여자 같아 대사를 뱉기조차 겁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말투가 자연스럽게 화영처럼 변했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웃음)."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희애(40)의 도발적인 변신이 연일 화제다. 둘도 없는 친구의 남편을 빼앗아놓고도 "나 너한테 용서받을 일 없어" "착한 척 그만해 짜증나" "친구 따윈 필요 없을 만큼 원했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것이나 아슬아슬한 란제리 패션이 그러하다. 부스스하게 옆으로 퍼진 퍼머머리까지.

그런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탄현 SBS 제작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희애는 예의 우리가 아는 김희애였다. 뒤로 단정히 묶은 헤어스타일에 깔끔한 회색 정장 바지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서 극중 화영의 모습은 찾을 길 없었다.

"절 아끼는 사람들이 제 변신을 더 좋아해주세요. 그 동안 제 연기가 다소 지루했다고 느꼈던 분들이 반가워하십니다. 하지만 전 사실 별로 다른 걸 못 느끼고 있어요. 연기자로서의 희열을 물어보셨지만 희열을 느낄 겨를도 없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나도 안되는 게 있구나' 처음으로 느껴

화면에서는 두려울 것 없이 사랑에 몸을 던지는 화영이지만 인터뷰에 나선 김희애의 모습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심지어 그는 그 동안 "극중 내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고 다른 배우들도 많은데 유독 나한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사양해온 터였다.


"사실 감독, 작가 선생님 모두 처음에 제 연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어요. 생각했던 화영의 이미지가 안 나온다며 걱정하셨어요. 그때 느꼈죠. '나도 안되는 게 있구나'. 그때부터 많이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분들의 기대에 못 미쳤어요."

남의 시선 신경 안 쓰는 강한 캐릭터는 10여 년 전 드라마 '폭풍의 계절'에서 한 차례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에 그는 극중 최진실의 남편을 유혹했다. 하지만 이후 강산이 변하는 동안 그는 쭉 현모양처였다. 특히 '완전한 사랑' '부모님 전상서' 등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의 지고지순함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런 김수현 작가가 이번에는 그에게 화려한 의상과 불 같은 성격을 입혔다. 심한 육탄전도 요구했다.

"육탄전도 어디 보통 육탄전이었나요. 어휴…. 촬영할 때는 좀 무서웠는데 마치고 나니 여기저기 멍이 좀 들었더군요(웃음). 수시로 란제리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도 부담이 되죠. 처음에 그런 연기를 하다보니 그 다음에는 대본 지문에 안 써 있어도 '벗고 있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합니다(웃음)."

◇"화영이 나한테 하는 말 같아요"

화영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하나같이 이기적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고려해야 하는 관계나 도덕, 양심은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 자신한테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주위 눈치 때문에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살아가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화영은 그렇지 않거든요.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의 말은 어쩌면 제가 저 자신한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대본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이제는 화영의 입장이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그는 화영을 '욕망의 화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화영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욕망의 화신'이었을까요? 그의 배경을 보면 지금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처지 같아요.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굉장히 고생하고 나름대로 힘겹게 살았는데, 기본적으로 '끼'도 좀 있고 주변에서 '쟤는 그런 애야'라고 바라보니까 확 변한 것 같아요. 게다가 남편은 화영이 바람을 피운 줄 오해하고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세상에 보여주려는 듯 마음대로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는 "화영은 남자라는 동물의 특성도 잘 알지만 부나방처럼 불구덩이로 뛰어든다"면서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성보다 감정에 따르게 되고 그쪽으로 몸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55사이즈였는데 44가 맞네요"

화영은 40이 된 김희애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의상과 뽀얀 얼굴에서 나이를 잊게 하는 것. '헬스 마니아'로 유명한 그가 평소 얼마나 몸 관래를 잘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운동으로 관리를 해왔다고 해도 화영을 연기하며 몸과 마음은 매번 완전히 소진되고 있다.

"나름대로 힘든지 일어나면 어지럽고 입도 헐고 입가도 찢어졌어요. 얼굴 살도 좀 빠졌다는 소리를 들어요. 또 원래는 55사이즈를 입는데 요즘엔 44가 맞더라구요."

그는 촬영을 앞두고 미장원 여러 곳을 다녀가며 지금의 헤어 콘셉트를 잡았고 집에서 리허설을 해보며 의상 콘셉트를 잡았다.

"극중에서 선보이는 의상 중 평상시에 실제로 제가 입는 옷은 단 한벌도 없어요(웃음)."

◇"작가 손가락에서 레이저 빔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는 '내 남자의 여자' 인기에 대해 "거짓말 안 하고 뜬구름 잡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황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모래성'부터 '청춘의 덫' '불꽃' 등 김수현 선생님 작품 중에서도 강한 성격의 작품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 드라마들을 좋아했던 시청자들도 지금 이 드라마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그는 "그런데 김수현 선생님이 다음 회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실지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처음에 불륜을 다 보여주시고 어떻게 얘기를 끌어갈까 궁금했는데 지금까지 왔다"며 "선생님의 손가락에서는 마치 빨간 레이저 빔이 나오는 것처럼 대본이 술술 나오는 것 같다. 이후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화영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물었다.

"돌 맞고 죽지 않을까요. 시청자에게든 극중에서든(웃음)."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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