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진
라디오 ‘굿모닝FM’ 맡은 지석진
“이상하죠. 프로그램 단독 진행 맡을 때도 아무 말 없던 친구들이 축하 전화를 해요.”
<스타 골든벨> <위기탈출 넘버원> <해피선데이> ‘여걸식스’ 등을 통해 진행자로 이름을 굳힌 지석진이 문화방송 라디오 <굿모닝 에프엠>의 새 주인이 됐다. 매일 아침 7시 생방송을 해야 하고 4년간 이끌어온 김성주 아나운서의 후임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잘 할 수 있겠어?”는 친구들만의 걱정은 아닌 듯 보인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그러나 진행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받아들였어요. 김성주 아나운서가 너무 잘해 와서 당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봐야죠.” 김성주 아나운서에 대한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돌리겠다는 등 벌써부터 각오가 대단하다.
알고 보면 지석진은 라디오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92년 가수로 데뷔한 그가 처음 무대에 선 것이 당시 가수 윤종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이었다. 문화방송에 첫 발도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 초대 손님으로 내디뎠다. “라디오를 하면 일이 잘 풀려요. 예전에 이성미 선배와 에스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꼭 다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긴장된다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묵은 설렘이 느껴진다.
지석진은 <서세원쇼> ‘토크박스’에 출연해 재미있는 말솜씨로 얼굴을 알렸다. <보야르 원정대> 등을 거쳐 ‘여걸식스’의 전신인 <일요일은 101%> ’여걸파이브'를 맡으면서 진행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해군 홍보단 시절 김용만과 3년간 진행자로 나서는 등 어렸을 때부터 진행자가 꿈이었던 그가 가수로 데뷔한 사연은 이렇다. “당시 임백천, 이문세 등 가수들이 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아, 가수가 되어야 진행을 하는구나 생각했죠.” 김용만과 ‘너는 이문세, 나는 주병진이 되자’며 주거니 받거니 용기를 북돋았다. 그런데 김용만이 개그맨이 된 까닭은? “용만이가 배우가 되겠다고 해서 제가 말렸죠(웃음)”
스스로의 진행을 “밍숭맹숭하다”고 말하는 지석진은 있는 듯 없는 듯 조곤조곤 제 갈 길을 찾아왔다. 유재석 김용만 등이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진행자로 명성을 쌓아 온 것과 비교하면 조용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진행에는 콜라처럼 톡 쏘는 맛은 없지만 건빵처럼 심심해도 찾게 되는 맛이 있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지석진표 방식이다. “신인시절에 남을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등 다양하게 해봤는데 나한텐 어중간한 게 가장 어울리더라고요.” 남들처럼 확실한 캐릭터가 없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초대 손님들이 편안하게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진행자로서의 최종목표는 <더블유> 처럼 쉽고 편안한 시사프로그램이다. “<굿모닝…>은 그를 위한 공부라고 생각한다”는 그가 그 공부를 잘해내려고 내놓은 비법은 이렇다. “일찍 자거나 안 자거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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