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들
우화 엮어 권력 꼬집어
불한당들(교 밤 11시)=이야기는 세 시대를 넘나든다. 줄거리는 또렷한 갈피를 잡지 않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영화는 한 소년이 소란을 피우며 술을 마셔대던 무기상들에게 총을 마꾸 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곧 장면이 바뀌어 전쟁터가 보인다. 불량배들은 탱크 옆에서 술을 마신다. 이들 가운데 하나인 술꾼 바노가 시간의 벽을 깨고 10세기 전 중세 스페인으로 간다. 그곳에서 바노는 왕인데 측근에게 배반당하고 애인에게 독살당한다. 시간은 다시 뛰어 바노는 소매치기가 돼 있다. ‘영화의 시인’으로 불리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은 우화를 엮어 옛 소련의 정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해 불한당과 다를바 없는 권력자들의 본모습을 꼬집는다.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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