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고맙습니다〉
무책임한 남편 대신 가정의 기둥 구실…능동적 삶 이미지 많아져
〈날아라 허동구〉 〈아들〉 〈눈부신 날에〉 등 스크린에서는 아빠를 소재로 한 부성애가 도드라지지만 브라운관에는 모성애가 둥지를 틀었다. 영화에서는 아빠들이 가족을 위해, 특히 아이를 위해 희생을 한다면, 드라마에서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아빠를 대신해 아이를 보듬고 가정을 꾸리는 건 엄마들의 몫이다. 엄마들의 변신은 욕망과 자기애에 빠진 아빠들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문희〉(왼쪽 사진)에서 주인공 문희(강수연)와 함께 살던 남자 성수(장대지)는 문희가 임신했다고 하자 두려워한다. “외롭다고 아이 많이 낳자고 했잖아”라는 문희의 말에 불안한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문희가 친엄마를 찾으러 간 사이 돈을 들고 도망가 버린다. 그러곤 세월이 흘러 나타나 말한다. “그때는 너무 불안했어.”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부인(지수, 배종옥)의 친구(화영, 김희애)와 바람난 준표(김상중)는 사실이 발각되자 집을 나와 화영에게로 간다. 물론, 지수가 “당장 나가달라” 소리질렀지만 지수의 대사처럼 “그렇더라도 나간 건 나와 아이를 버린 것”과 다름없다. 문화방송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도 건우(이재룡)는 서경(성현아)과의 만남이 알려지자 집을 나와 서경과 생활한다.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오른쪽 사진)에서 석현(신성록)은 출세의 욕망에 사로잡혀 미혼모 영신(공효진)의 딸 봄(서신애)이가 자신의 아이란 사실을 오랫동안 숨겼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해진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꾸려가는 것도 드라마에선 엄마의 몫이 됐다. 〈문희〉에서 김해숙은 교도소에 갔다 온 남편(박상면)을 대신해 시어머니와 한복집을 꾸려 생계를 이어가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별다른 직업 없이 ‘식욕’이란 욕망에 충실한 남편(정준하)을 대신해 집안을 일으킨 건 부인 해미(박해미)다. 여성이 주체가 된 드라마는 몇 해 전부터 있어왔지만 요즘 들어 잦아졌다. 여성 시청자들의 사회적 위치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하이킥〉 김병욱 프로듀서는 “드라마는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며 “〈…하이킥〉에서 남편과 시아버지가 아닌 해미가 권력을 갖는 것은 요즘 가족의 달라진 권력구도를 그대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혼모와 입양아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고맙습니다〉 〈문희〉)이나 남편의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딸을 친딸 이상으로 키우는 모습(〈나쁜여자 착한여자〉) 등 핏줄이 아니어도 모성애가 발휘될 수 있다는 묘사도 이를 반영한 현상이다. 강명석 평론가는 “일명 ‘아줌마’로 대변되는 푸근하고 수동적인 엄마의 이미지가 가정의 주체가 되고 능동적인 삶을 꾸려가는 엄마로 묘사되는 등 드라마 속 엄마의 이미지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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