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뛰어놀 나이인 8살 소년 민호 / 선천성 순적혈구 빈혈을 앓는 혜성
기독교방송TV ‘이 아이를 살립시다’ 방영…단순한 모금 넘어 후원자 결연 맺어줘
한창 뛰어놀 나이인 8살 소년 민호가 감기몸살 증세로 동네 병원을 찾은 건 2003년이었다.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찾아간 큰 병원에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고 했다. 엄마는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몇해 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해 오던 차였다. 의사 권유로 제대혈을 이식했지만, 얼마 뒤 병이 재발했다. 지난해 다시 받은 제대혈 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민호는 지금 빈혈 등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민호가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동안 집안은 점차 기울어갔다. 병원비로 들어간 돈만도 4년새 5천만원 이상. 엄마는 병 간호를 하느라 가게를 접었다. 살던 집도 처분하고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16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옮겼다. 엄마는 형 민호를 보살피느라 동생 예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민 끝에 예호를 미국에 있는 고모에게 입양보냈다. 미국 가는 비행기도 혼자 태웠다. 예호 사진을 볼 때마다 엄마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두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우울증으로 다가왔다. 한 해에 5살 이하 어린이 1만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하는 소아암. 완치율이 높은 소아암은 돈과 시간만 허락한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많은 아이들이 없는 돈 때문에 숨이 멎어가고, 아이를 살리려 발버둥치다 한 가정이 쓰러져간다. 기독교방송(CBS) 티브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가 한국소아암재단과 손잡고 가정의 달 특집 ‘이 아이를 살립시다’를 마련했다. 8일 낮 12시 선천성 순적혈구 빈혈을 앓는 혜성이 얘기를 다룬 데 이어 15일 낮 12시에는 민호 얘기를 방송한다. 같은 시간대의 22일과 29일을 포함해 5월 한 달간 모두 네 차례 방영할 예정이다. 기존의 모금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수호천사…〉만의 특징은 지역사회의 교회·복지기관·기업 등과 결연을 맺어주는 ‘수호천사 네트워크’이다. 방송을 통해 모은 성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민호 방송분을 연출한 이주훈 피디는 “민호가 사는 단칸방을 들여다보니 곰팡이가 피어 있고 벌레가 나오는 등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 치명적인 환경이었다”며 “지역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곰팡이를 제거한 뒤 장판을 새로 깔고 도배를 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수호천사…〉의 또다른 차별점은 소아암·희귀난치병 어린이를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빼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청·보건소 등에서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까다로운 자격 규정으로 정작 필요한 빈곤 소아암 어린이들이 도움받지 못하는 실태를 조명하고 대안을 촉구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기독교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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